당 지도부, '박근혜 때리기' 올인
대권주자, '안철수 때리기' 먼저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끝이 나면서 대권레이스에 불이 붙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의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때리기'냐, '안철수 때리기'냐를 놓고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의 목소리가 다른 것이다.
새 지도부가 출범했던 지난 9일 전대에서는 당권에 나선 모든 후보들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유신의 딸'이라며 맹공격을 했다.
이해찬 신임 대표는 "박 전 비대위원장이 이해찬까지 사상을 검증하고 자격을 심사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히틀러와 뭐가 다르냐"라며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묻는다. 박정희 5·16 쿠데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따져물었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을 '독재자의 딸'로 규정해 대립구도를 형성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새 지도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린 원내대책회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 것은 청와대의 이해와 박 전 비대위원장의 묵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결정권자인 박 전 비대위원장이 나서라"라고 요청했다.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데 대한 책임을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씌우려는 것과 동시에 이명박 정부와 박 전 비대위원장은 한 몸으로,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 조건으로 4대강 사업 비리, 내곡동 사저 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는 것도 대선 정국에서 MB 심판론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다.
반면 대권주자들은 당 지도부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 공격보다는 안철수 교수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안 교수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했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날 "민주통합당이 대선 후보를선출한다면 안 교수에게 질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권연대를 중시하며 공동정부론을 얘기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진작부터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서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를 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고 해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고 안 교수를 견제했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한 대학 강연에서 "유명인사를 스카우트해서 나중에 된 결과가 무엇이냐. 스타를 채용했음에도 제대로 된 역할 했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밝혔었다. 당 밖의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대권주자들이 안 교수를 공격하는 이유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후 안 교수와 야권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교수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새누리당 후보와는 대결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대권주자들의 이 같은 공격은 안 교수가 다음달 에세이집을 출간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