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친박진영과 비박진영의 대선후보 경선룰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 문제 및 경선룰 논의기구 설치 등의 문제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양 진영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자 지난 주말 황우여 대표가 비박 진영의 대선주자들을 잇따라 만나 해법을 모색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황 대표는 16일 이재오 의원을 만난 데 이어 17일에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만났으나, 정몽준 전 대표는 황 대표가 공정한 경선 관리인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회동을 거부했다.
이 의원은 "경선룰 관련 논의가 정리되기 전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며, 김 지사는 "경선룰 협의기구를 당 대표 산하 직속기구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 전 실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의원과 당원 선거인단을 50만명으로 확대하고 1,2위 후보자 간 결선 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경선 방식을 제안했다.
◆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문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의 출발점은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의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대선 후보를 뽑도록 하고 있는 현행 '경선룰'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행 경선룰은 대의원과 당원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어 4·11 총선거 이후 친박 진영이 당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비박 진영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룰이라는 것.
비박 진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역선택 및 조직동원의 부작용 우려 등을 해소할 방안이 있다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먼저 역선택의 경우 작은 규모 선거에선 역선택을 해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으나, 대선처럼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조직동원 우려에 대해서는 결과를 뒤집으려면 엄청난 수의 사람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는 예방이 가능하다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박 진영에서는 현재의 경선룰과 관련해 선거인단은 국민 50%, 당원 50%로 구성되지만 일반당원은 일반국민과 별반 차이가 없어 사실상 일반국민 80%, 대의원 20%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 진영은 현재의 경선룰이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이계 중심의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룰이라는 것과 박 전 비대위원장이 당시 자신에게 불리했던 룰을 수용, 결과에 승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경선룰 논의기구 설치는 어디에?
현재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여부와 함께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것은 경선룰 논의기구를 독립기구로 설치할 것인가, 아니면 최고위원회 산하에 설치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지난 주말 비박 주자들은 황 대표를 만나 경선룰 논의기구 설치를 최고위원회 산하가 아닌 당 대표 산하 직속기구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비박 주자들은 해당 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둘 때는 결국 거의 대부분이 친박계인 최고위원들의 뜻대로 결론이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립성,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친박 진영은 대표 직속 등 별도기구로 설치될 경우 경선룰 논의가 자칫 본질을 벗어나 경선판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비박 주자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일부 수용한 중재안도 나왔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비박 진영의 당 대표 직속기구는 받아주되,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만이 이 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우여 대표는 대선 경선룰 갈등과 관련, "최고위를 중심으로 해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수렴과 대선을 준비하는 분명한 과정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최고위 중심'을 언급한 것은 경선룰을 조율하는 논의기구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여 향후 비박 주자들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나서야
경선룰 해법과 관련해 지난 주말 황우여 대표와 비박 주자들 간의 회동이 가시적인 성과 없이 끝나는 등 무력감을 보이자 시선은 자연스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결국 경선룰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박 전 비대위원장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경선룰 변경에 대해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 했을뿐 더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선룰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갈등은 박 전 위원장의 공식 출마선언 시점에서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는 박 전 대표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직접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