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최근까지도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형 시중은행의 부행장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저축은행의 방만경영을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한 저축은행의 개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내부 시찰을 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저축은행의 전무 집무실이 자신들이 모시는 시중은행 은행장의 집무실보다 더 크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가구들도 최고급이었기 때문.
여기에 한술 더떠 저축은행장실은 한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욕실 등 화려한 부대시설을 자랑했다고 한다.
결국 이 시중은행은 저축은행장실이 있는 건물 한층은 인수하지 않았다고.
이 부행장은 "저축은행들이 6~7% 이상의 고금리로 이미 판매한 상품들이 많은데 이 같은 고금리 상품을 굴릴 만한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그는 "일부 저축은행들의 경우 시중은행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이며, 보통 2조원 자산을 가진 업체에 2000억원 이상을 '묻지마 대출'을 해 줬는데 보통 시중은행에서는 리스크를 꼼꼼하게 따져 10조원의 자산을 가진 기업이라도 1000억원대 대출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부실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 기업에서 2000억원 정도의 여윳돈이 있어 저축은행에 투자를 하겠다고 해서 말렸다"며 "부실 저축은행의 경우 2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이후 2000~3000억원을 추가로 쏟아 붓고도 정상화가 힘든 것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0년 6월 웅진그룹이 계열사인 웅진캐피탈을 통해 인수한 서울저축은행이 좀처럼 정상화가 되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 웅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 시장에 내놓는 등 자금압박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비롯해 2차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 12명을 전원 구속수사해 1179억원의 횡령·배임 등 대주주 개인비리를 적발했다.
지난 5월 6일 영업정지된 솔로몬·미래·한국·한주 저축은행이 총 1조2882억원 규모의 불법대출(부실·배임대출 4538억원, 한도 초과대출 2864억원, 대주주 자기대출 5480억원)을 저지르는 등 방만한 부실 경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