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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관련 기관과 증권사가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에 가면 '황소상(像)'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뿔을 위로 들어 공격하는 황소는 '상승장'을 상징한다. 반면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어 공격하는 곰은 '하락장'을 의미한다. 지난 1986년 12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시장 규모(유가증권시장 기준)은 지난해 104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만큼 성장한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할 시기가 왔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부의 도입 의지 또한 예년에 비해 훨씬 강하고 행보 또한 빠르다. |
시계를 지난 2006년 1월 어느 날로 되돌려보자. 당시 주식시장에 '정부가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한다'는 미확인 루머가 퍼졌다. 삽시간에 퍼져나간 루머에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 큰 낙폭을 보이며 요동쳤다.
결국 한덕수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직접 나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하지만 당시 중장기 조세개혁안을 명분 삼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었던 정부는 급히 입장을 선회, 검토방안을 휴지통으로 보냈다.
하지만 현재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자칫 이번에도 헛물만 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주식양도차익 과세방안을 담아 내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는 상황. 특히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백운찬 세제실장도 올해 세법개정안 3대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을 주저 없이 꼽기도 했다.
□ 성공적 제도정착…일본 성공사례 '기웃' = 일단 정부는 시장에 던져 줄 충격파를 고려, 급진적 형태의 제도 도입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웃나라 일본의 성공적 과세체계 구축 사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당초 증권거래세 체계에서 주식양도차익 과세로 완전히 전환되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최초 과세대상 거래량을 축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율, 공제한도 등 비과세 범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즉, 시간과의 싸움을 선택한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결국 성공적인 제도의 안착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는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이른바 '단계적 도입' 방식의 표본.
이에 따라 정부는 과거 조세연구원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기존 과세대상 대주주 요건을 지분 3%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후 과세대상을 점차 확대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최근 이와 관련해 "증권거래세 제도를 단기간에 폐지하기는 어렵다. 일본과 대만의 성공·실패 사례를 참고하겠다"며 일본의 단계적인 도입방식을 참고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재정부 실무진들의 입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세 윤곽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들이 내부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시행여부도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용역 결과, 업계 의견 등을 토대로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파생상품 전면과세를 위한 사전포석? = 일각에선 정부가 증권거래세수 일부를 포기하고서라도 현재 비과세인 선물, 옵션 등 거대 파생상품 시장을 과세로 전환하기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에서의 보여준 정부의 행보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8년 정기국회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발의한 입법안과 합쳐 파생상품 소득세 과세를 추진했다가 업계의 극한 반발로 본회의까지 올려놓고 '물'을 먹었던 전례가 있다.
정부가 파생상품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세수(稅收)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 시장규모는 모든 상품규모를 합산할 경우 1경원 규모를 뛰어 넘는 세계 최고 수준. 여기에 0.01∼0.02% 상당의 저율과세를 적용하더라도 한해 1∼2조원 상당의 세수가 추가 확보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로운 세수(稅收) '블루오션'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파생상품 시장에 0.001% 정도의 세율, 민주통합당은 0.01%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한 해 기준으로 새누리당 방안은 1600억원, 민주당 방안은 1조6000억원 상당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도를 바꿔 증권거래세를 일부분을 감면, 세수가 일시적으로 감소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화되면 이 부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주식시장에 과세체계가 안착되고 주식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경우, 현행 증권거래세 과세체계보다도 더 높은 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종전에 과세가 되지 않던 소액주주가 어느 정도이고, 어느 정도의 주식양도 차익이 있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세수효과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주식가치가 점차 높아질 경우 거래세 보다는 양도차익 과세 수입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개미투자자'들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 주식양도차익 과세방안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거리는 제도 시행에 따라 이른바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의 손익계산서가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여부다.
가뜩이나 벌어들이는 돈도 미미한 상황인데, 전면적인 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시 손해를 보지 않겠냐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 사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연히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가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 손해라는 인식을 미리 가질 필요는 없다. 제도 도입에 따라 개미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결과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금은 사실상 '용도 폐기'된 법안이지만 과거 18대 국회에서 버핏세 논의가 한창일 무렵, 당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주식양도 차익과 파생상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금액, 이익률 등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주식거래로 한해 1000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소액·비상장주식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득'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1억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에 대한 세부담이 기존보다 3∼10배 이상 크게 늘었다. 특히 보유기간 1년 미만 '단타매매'의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따라 상당한 세금이 부과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참고로 이 의원의 입법안은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한도를 500만원으로 설정해 지금보다 2배 늘렸고, 증권거래세 또한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정부가 제도 설계과정에서 공제한도와 세율조정을 통해 소액 주주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지금(250만원)보다 확대할 경우 실질적으로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장기 보유시 추가공제나 세율인하, 이월공제 등이 적용된다면 오히려 증권거래세 과세체계보다 소액투자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