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가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나서면서 시장의 눈과 귀는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세제개편안 내용에 쏠리고 있다. 제도 도입의 최대 관건은 과감한 결단이다. 이리 저리 시장논리에 휩쓸리고 정치바람을 타게 된다면, 제도 도입은커녕 헛심만 쓰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관계자들의 눈과 귀는 기획재정부가 8월 중 발표할 예정인 2012년 세법개정안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뜨거운 감자', 주식양도차익과세제 도입여부가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동안 '금기(禁忌)'로 삼아왔던 이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향후 증가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이는 복지예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돈줄(세수)'이 필요해서다.
균형재정 달성 및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평과세 원칙은 보기 좋은 '양념'.
일면 정치논리에 휩쓸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제도는 언젠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진작 도입했어야 하는 제도였을지도 모른다.
조세정책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정책을 시장에 풀어야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주식양도차익과세제는 경우가 다르다. 타이밍이라는 것 자체를 대입하기 애매한 구석이 많다.
제도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결단'이 최대 관건이다. 그동안 시장을 얼어붙게 한다는 증권업계 등의 반대논리에 부딪혀 시행 초읽기 시점에서 여러 차례 미뤄져 죽도 밥도 되지 않았던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 거듭된 '실패'…시장논리에 밀려 온 정부= 일단 정부의 도입의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강하다. 과거 정부는 수 차례에 걸쳐 제도 도입을 시도했지만, 주식시장 붕괴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론에 밀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 도입에 대한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이 분야에 대한 연구 및 효과검증 사례가 상당히 축적됐다는 점은, 조세형평 등 차원에서 제도가 아무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제도 도입과 관련한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시장의 논리, 그리고 제도 도입이 가져올 막대한 파장이 정치적 부담으로 변해 날아올 것을 염려한 정권의 소극적 태도였다.
□ 현행 주식과세 체계 어떻게 설계되어 있나 = 현재 주식거래와 관련한 과세 체계는 증권거래세와 제한적 수준의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병존하고 있는 형태. 다만 소액주주들의 주식거래와 관련한 과세 체계의 핵심은 증권거래세로 볼 수 있다.
증권거래세는 거래량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주식은 0.15%, 코스닥 상장주식은 0.3%의 세율이 각각 양도과정에서 징수되고 있다. 코스피 상장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별도로 0.15%의 농어촌특별세가 부가되기 때문에, 실질세율은 0.3%로 같다.
시장 상황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지만 증권거래세 세수실적은 매년 상당한 수준으로 징수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2010년 사이 증권거래세수는 2조5000억원∼3조6000억원 정도 징수됐다.
여기에 상장주식에 적용되는 농특세 부분까지 더해지면 한해 세수 규모가 5∼6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세방식도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어 세수확보와 관련해선 '효자(孝子)' 세목임에 틀림없다.
반면, 대주주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방식은 다소 복잡하다. 납세대상과 과세대상 주식의 유형에 따라 과세체계가 아예 다르게 설계돼 있다.
먼저 법인 주식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코스닥 상장기업 및 벤처기업 5%)의 경우 주식 상장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주식거래 과정에 납세의무가 부여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 외 법인의 주식으로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주식은 30%의 세율로 과세되며 중소기업 주식은 10%, 그 이외의 주식은 20%의 세율로 과세된다.
소액주주는 주식 상장여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상장법인 주식은 양도과정에서 세금이 한 푼도 붙지 않는다. 다만 비상장법인 주식은 과세대상이 되는데, 중소기업 주식은 10%, 이외 비상장주식은 20%의 세율이 각각 적용되고 있다.
법인이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은 모두 법인소득으로 분류, 법인세로 과세된다.
□ 세수(稅收), 어떤 제도가 더 걷힐까? = 현행 주식양도와 관련한 제도를 통해 걷히는 세수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를 추산해 볼 자료는 찾기 힘들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따로 세목이 구성돼 매년 그 세수규모가 발표되지만 대주주 등에 적용되는 제한적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의 경우 개인은 양도소득세, 법인은 법인세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각 세목에 합산돼 공개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다.
그렇다면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세수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대체로 주식양도차익 과세제도가 도입될 경우 주식거래가 얼어붙어 지금보다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으로 상당한 세수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다소 시간이 지난 연구결과에 속하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지난 2005년 당시 주식양도차익 규모는 242조원에 달했다. 이 부분이 모두 비과세 됐다는 가정을 토대로 10%의 세율을 적용하면 최대 24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최근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시가총액(888조원) 기준으로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율을 고려할 때, 주식양도차익과세제 도입 시 유가증권 시장 13조4000억원, 코스닥 시장 5조6000억원의 세수입이 각각 발생될 것으로 분석됐다.
24조원과 19조원. 비록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복지재원 마련과 균형재정 확보라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속에서 한 푼이 아쉬운 정부 입장에선 어느쪽이 됐든,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세수 규모다.
주식양도차익과세제 도입여부는 결국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조세제도 하나로 흔들릴 만큼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정한 상황이냐는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이제는 도입할 시기가 되지 않았냐는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大選)의 해로 정치적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겠지만, 정부가 과세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차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유엄식·장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