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개원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원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원구성 협상을 촉구하면서 '식물국회'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대강 사업, 맥쿼리 특혜의혹, 언론사 파업 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사건 등에 대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의 이해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묵계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에서는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펼치면서 개원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시로 협상했는데 민주통합당의 비협조로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요구조건을 다 들어줘야 원구성에 협조하겠다는 것은 국정 발목잡기"라며 맞섰다.
여야의 원구성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면서 당장 대법원의 업무공백 사태부터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내달 1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 4명의 임명동의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대법관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이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무노동 무임금'을 주장하면서 6월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를 개원하지 못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세비 반납을 결의했다"며 "20일 오후 1시까지 총 144명의 의원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은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에 맞서 국회의원 연금 포기를 들고 나왔다.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19명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특권을 버리면서 진정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도록 하겠다"며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되는 국회의원 연금을 포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세비반납이나 연금포기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국민들은 19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세비반납이나 연금포기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들이 해야 할 일부터 제대로 하기를 바라고 있다.
당장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민생문제부터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약 220여개의 민생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현재 국회의 상황으로는 처리가 요원해 보인다.
특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은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대표적인 민생법안들이다.
여야가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된 상임위 배분문제는 하루하루를 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 파업 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사건 등 쟁점현안들이 성숙한 모습의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뿐이다.
지난 4.11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당론으로 내세우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은 지금 그 약속이 지켜지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