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행안부·복지부…"담배세 인상 검토 안해"
"대선 코앞에서 담배값 인상은 미친 짓"
지난 2004년 1갑당 500원씩 인상된 이후 8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담배가격이 올해도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관리하는 여러 정부 부처에서 담배세 인상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담배가격과 관련된 부처들은 현재 내부적으로 담배세 인상 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고, 부처별 협의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 1갑에는 3종류의 세금과 2종류의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2500원짜리 담배에 붙은 세금은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부가가치세 227.27원 등으로 총 1188.77원이다. 세금에 더해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 361원의 부담금이 추가된다.
담배 1갑 가격에 포함된 세금과 부담금만 1549.77원으로 전체 담배가격의 62%에 달한다.
세금과 부담금이 담배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담배값 인상은 과세당국과 보건당국의 손에 달려있다.
하지만 과세당국과 보건당국 모두 올해 연말까지는 담배세를 올릴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지방세목인 담배소비세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의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 내에서 담배소비세 인상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처간 협의도 당연히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관리하며 금연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도 "부처 내부에서 담배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담배가격 인상의 경우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진행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가 세수확충은 물론 곳간이 바닥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악화와 모자라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고려할 때 담배가격 인상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묘수가 될 수 있다.
각 부처에서도 이 같은 담배가격 인상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말 치러질 대선 때문에 담배세 인상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에서 섣불리 담배세 인상안을 추진, 여당 등 정치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흡연자들의 '표심'(票心)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흡연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0.2%이며,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에 달한다.
유권자 10명 중 2명 이상이 흡연자이고, 남성 유권자의 40% 가량이 담배를 피우는 상황에서 담배값 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담배세를 인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담배 가격을 올해 안에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