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독재 시절 막강한 '경호실'에서 '경호처'로 낮아져
이명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길에 경호처 5급 경호관이 춘추관장에게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의 현주소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963년 대통령경호실법 제정과 함께 창설된 경호실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대통령실과 동격 조직이었던 경호실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대통령실 산하의 경호처로 낮아졌다. 장관급이던 실장은 차관급 처장이 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박종규(2대), 차지철(3대), 전두환 정부의 장세동(5대)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 실장을 맡으면서 독재정권의 권력을 보필하기도 했던 경호실은 민주화를 거치면서 경호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변화해왔다.
60년대의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 사건, 70년대의 청와대 폭파기도 및 박정희 대통령 시해 미수 사건 등을 거쳤고, 문민정부에 들어서는 청와대 앞길과 경호시설을 개방하면서 경호체제의 바람이 불었다.
경호처의 임무는 대통령과 그 가족, 대통령당선인과 그 가족, 대통령권한대행과 그 배우자, 퇴임 후 10년 이내의 전직대통령과 그 배우자·자녀, 방한하는 외국의 국가원수와 배우자 등의 경호를 포함하고 있다.
1995년 전직대통령의 경호임무를 경찰청으로 이관했으며, 2000년 정치적 중립 및 신분보장 강화를 위해 경호직 공무원의 신문을 별정직에서 특정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와 2012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의 경호를 맡았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권 말기의 하극상", "경호처의 기강 해이"라는 비난부터, "5년 임기 대통령에 비해 오래 일하는 경호처의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들과는 협력관계이지만, 때로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에 불편할 때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호책임자라 할지라도 5급 직원이 1급인 춘추관장에게 언성을 높이고, 직급과 이름이 뭐냐고 따진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청수 처장이 춘추관장에게 "사태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조치하겠다"며 사과했다고 알려진 만큼 그 조치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저녁 열흘간의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