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숨은 세원 양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역외탈세 단속·방지 사업의 실적이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역외탈세 행위를 적발해 총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했지만, 실제로 받아낸 세금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0일 19대 국회가 다음달 중으로 실시할 예정인 첫 정부 결산심사를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1 회계연도 총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의 역외탈세 징수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역외탈세 관련 징수·통계자료 관리도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건수는 지난 2009년 54건에서 2010년 95건, 2011년 156건 등으로 3년새 3배 가까이 늘며,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듯했다.
같은 기간 국세청이 추징한 세액도 2009년 1801억원에서 2010년 5019억원, 2011년 9637억원 등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는 국세청이 역외탈세 대응을 위해 각종 국제탈세방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세무행정 역량의 상당부분을 역외탈세에 쏟은 덕분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국제적인 열외탈세 방지 공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에 가입했고, 미국 국세청과도 동시범칙조사약정(SCIP) 등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도 처음으로 도입해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거주자 또는 내국법인은 매년 6월까지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했다.
역외탈세 관련 업무를 담당할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 정보·조사 역량도 강화했다. 본청에 전담조직인 역외탈세담당관실을 신설했고, 지방청 조사국에도 해외탈루소득분석전담팀(분석팀)과 국제조사팀(조사팀)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수확한 실적은 투입한 노력과 비용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역외탈세 조사가 본격화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를 적발해 추징한 세액은 1조4656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현금으로 징수한 세금은 6199억원에 불과했다. 추징 대비 징수 실적이 42.3%에 그쳤다.
국세청에 따르면 4101억원을 추징 당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국내거주자가 아님을 이유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일부 고액 징수액을 받지 못해 징수율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고액 역외탈세 혐의자를 제외할 경우 징수율은 73.6%까지 증가하지만, 권혁 회장 외의 고액 고지 사례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국세청의 저조한 역외탈세 징수실적을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으며,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시정하고 체계적인 향후 징수 추진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외탈세 과세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업무 노하우, 징수인력, 지원 예산 등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국세청이 좀 더 고삐를 바짝 쥐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역외탈세에 대한 연도별, 세목별 징수자료와 소송진행 상황 등과 관련된 기초적인 통계자료조차 관리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역외탈세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역외탈세는 국부 유출 방지 및 조세형평성 제고를 통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반드시 징수돼야 한다"며 "역외탈세에 대한 기초 자료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