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달 22일 종료 예정이었던 정기검사 일주일 연장 결정
이복현 금감원장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 면밀히 점검 필요" 강조
김병환 금융위원장 "심각한 우려, 조사 결과 지켜보고 필요 시 엄정 조치"
우리금융, 이번주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 발표할 듯..."영업 보단 안정화"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은행 제공］
금융당국(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정기검사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정기검사를 두 차례 연장 결정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그 사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을 이첩 받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18일)을 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전격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이 커 보인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조 행장이 손 전 회장과 관련한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이 관련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지적한 '금융사고 미보고·미공시' 등 늑장대처 관련 사안들이다.
이에 더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이 지난 22일 오후 손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금감원과 검찰의 칼날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최고경영층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양 기관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처남댁과 처조카 등)이 관련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에게 대출해 준 616억원(42건) 중 350억원(28건)이 부적절하게 나간 것으로 판단했고, 여기에 손 전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이 이번 부당대출 건에 직접 연루되진 않았지만 사후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금융당국 보고를 고의로 지연한 혐의를 받고 있어, 이례적으로 강한 수사와 정기검사 연장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지난 6월 현장검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7일에는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당초 정기검사 일정은 6주간으로 지난 15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및 지배구조 등 전반적으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22일까지 한 차례 연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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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추가로 우리금융 신사업 추진 과정 들여다 볼 듯...동양·ABL생보 인수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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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이번 연장한 정기검사를 통해 우리금융의 신사업 추진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추진 시 자본비율 관리나 적정성 등에 있어 리스크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BL생명의 패키지 인수계약을 맺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으로서는 향후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절대적인 대안인 셈이다.
하지만 전임 회장 부당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분위기는 낙관에서 우려로 급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이번 정기검사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자칫 문제라도 발생하면 이들 생보사 인수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금융사가 타 금융사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1년 간 '기관경고' 조치를 받지 않아야 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우리금융 측은 "여전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두 가지 리스크를 피하지 못할 땐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복현 금감원장까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와 관련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내부 임원회의에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은행권의 금융사고, 외형 확장을 위한 투자 및 운영 부실 등과 관련해 금감원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면밀히 점검하고 근본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특히 "우리금융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 확장 중심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우리금융 사태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하고 있고 검찰도 수사하고 있다"며 "엄중한 인식하에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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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우리은행장 인선 나서...이번주 최종 후보군 발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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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당국과 검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이번 주 우리은행장 후보 인선에 나선다. 지난 22일 우리금융은 정기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 인선 관련 논의에서 '조병규 현 행장 연임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행장의 재임기간 성적표는 양호하지만 부당대출 사태가 우리금융 전체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은 모두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멤버로 행장 후보심사 및 선정 권한을 갖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행장 후보로는 우리은행 부행장급 부문장들과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 및 임원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우리은행이 당면한 혼란을 가장 빠른 시일 내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내부승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부당대출 사태가 우리은행 내부에서 발생한 점을 미루어볼 때, 그룹 계열사 CEO 또는 지주 핵심임원 중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 인사로는 현재 박장근(1967년생) 리스크관리그룹 집행 부행장(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유도현(1968년생) 경영기획그룹 집행 부행장, 정진완(1968년생)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옥일진(1974년생)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유력한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사진=우리은행 제공］
이와 함께 김범석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과 기동호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 계열사 인사로는 지난해 이원덕 전 행장 사퇴 이후 조병규 현 행장과 '은행장 경쟁'에 나섰던 박완식(1964년생) 우리카드 대표(전 우리은행 개인‧기관그룹 부행장), 이석태(1964년생)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전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및 강신국 우리프라이빗에쿼티 대표(전 기업투자금융 부행장) 등도 후복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강신국 우리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사진=우리은행 제공］
다만 계열사 대표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나이가 많고, 지난해 조 행장과 함께 행장 경쟁에 나선 경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하는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행장) 후보로는 내부 인사보다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임종룡 회장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주력 계열사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임 회장의 신뢰가 결정적이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아울러 그간 우리은행 내부 고질적인 '파벌 문제(상업은행 대 한일은행 출신)'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우리은행장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이원덕 전 행장은 한일은행, 조병규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관행대로라면 차기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 차지가 된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관행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이 '파벌 문화'론 해결하기 어렵고, 더욱이 임 회장이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우리은행은 통합은행의 성격,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그런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음지의 문화를 없애야만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행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박장근(57) 부행장과 유도현(56) 부행장은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다. 박 부행장은 1992년, 유 부행장은 1994년 상업은행에 입행, 박 부행장이 2년 선배다.
우리은행 출신 한 금융권 인사는 "박 부사장과 유 부행장 모두 계파를 떠나 실력으로 신임을 받아왔고, 내부 신망이 두터운 인물들이어서 우리은행 차기 수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임 회장으로서도 지난해 취임 초 영업 강화를 위해 영업통인 조 현 행장을 택했지만 현재로서는 민영화 이후 최대 위기인 상황에서 내부조직 안정화에 주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에 '전략과 리스크 관리'에 정통한 인물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래저래 이번 주로 예정된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선정에 세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