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 김용진 기자)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3시간 가까이 한 자리에 앉아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리적 문제로 고통 받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은 일반 국민들과 다를 바가 없다.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 3시간 가까이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국회의원의 쏟아지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지만, 총리와 장관들은 오후 5시30분경까지 국회 본회의장 문 밖을 나서지 못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문제는 물론 금융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금융사들의 CD금리 담합 의혹까지, 의원들의 날선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의원들의 계속되는 호통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총리와 장관들이 점점 지쳐갈 때쯤 참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무위원들의 피곤한 모습이 안쓰러웠던 이병석 국회 부의장(새누리당)이 총리와 장관들에게 잠시 짬을 내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
이날 강창희 국회 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은 이 부의장은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는 도중 "오늘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국무위원들께서 생리 작용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의원님들께서는 질문을 하시기 전에 어느 국무위원께 질문을 드린다고 미리 말씀해 달라"고 말했다.
굳이 의원 질문에 답변할 필요가 없는 국무위원들은 잠시라도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
이 부의장은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질문을 받지 않는 국무위원들께서 잠시 짬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3시간 넘게 본회의장에 발이 묶였던 총리와 장관들은 이후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짬짬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들의 경우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