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 째 대국민 사과…직접 쓴 사과문 읽은 MB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2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및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구속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 15년 이상 곁을 지켜온 김희중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과 측근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에 대한 괴로움과 자책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먼저 국민여러분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했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일찍 사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취임 이후 깨끗한 정치를 펼치겠다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했던 일을 되새기며 "억장이 무너지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이 엄중하다"면서 국정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내놨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내수경제도 침체되고 있는 상황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 : 죽은 뒤에야 일을 그만둔다는 뜻으로, 살아 있는 한 그만두지 않는다는 의미)의 각오로 더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대통령의 사과는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조차 발표 40분 전 연락을 받았을 정도로 긴급하게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대통령의 사과는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26일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왔다.

사과문도 이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후이(死而後已)'라는 고사성어 역시 대통령이 직접 골랐다. 

박정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오늘 사과의 시점과 (사과문)내용 모두 대통령께서 직접 결정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자필 사과문을 비롯한 이 같은 사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책임을 비켜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전의 대국민 사과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 23일 10%대로 하락하며, 임기 내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로써 취임 이후 미국산 쇠소기 수입 파동 당시 두 번의 대국민 사과와 세종시 수정,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에 이어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