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농약제조업체들이 농협중앙회와 매년 계약을 체결한 뒤에 납품하는 이른바 '계통농약' 단가를 장기간 담합으로 조절해 오다가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지난 2002~2009년 사이 농협중앙회에 제시하는 계통농약 평균가격 인상·인하율 등을 담합한 동부하이텍 등 9개 농약제조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5억9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업체는 (주)동부하이텍(81억2600만원), (주)경농(30억7900만원), 바이엘크롭사이언스(주)(22억8100만원), 신젠타코리아(주)(21억6700만원), (주)영일케미컬(21억원), 한국삼공(주)(19억6900만원), (주)동방아그로(14억6800만원), (주)동부한농(3억7700만원), 성보화학(주)(2400만원) 등 9개사.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 농약제조사들은 지난 2002년~2009년 기간 중 매해 10~12월에 다음해에 농협에 납품하는 계통농약의 평균가격의 인상·인하율 수준을 미리 합의한 뒤, 그 결과를 농협중앙회에 제시했다.
이는 농협중앙회로부터 평균 납품단가를 좀 더 높게 책정받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매년 12월 각 제조사들과 협의를 갖고 다음연도 계통농약 평균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적발된 제조사들은 동일상표 제품을 함께 계통 등록하는 업체들끼리 해당 제품의 단가와 장려금율을 동일하게 책정하거나 가격인상 요인이 큰 품목은 정기 계통 등록 시 고의로 등록하지 않고 추가협의를 통해 가격을 인상했다.
아울러 동일상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끼리는 표시단가를 동일하게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농협과의 단가 협의 이전에 미리 가격을 맞춘 셈이다.
동부하이텍과 경농은 조달청이 1999~2009년 기간에 발주한 포스팜 액제(2리터, 4리터) 입찰에서도 담합을 통해 사전에 서로 낙찰 받을 제품을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통농약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관행처럼 이뤄졌던 농약제조사들의 담합행위를 적발, 시정함으로써 업계 간 경쟁을 활성화 시킨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 농약시장 규모는 총 1조2578억원 정도로, 동부한농의 시장점유율이 26.5%로 가장 높고, 상위 7개사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사실상 과점시장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