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2003년 탄원서에 이름 올려…안철수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03년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30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자성했다.
앞서 안 원장은 200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표적 '재벌 봐주기' 수사로 언급되는 이 사건에 대한 안 원장의 9년 전 입장이 알려지자, 안 원장이 최근 강조한 사법정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과 모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안 원장은 탄원서 제출 사실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브이소사이어티는 벤처기업 육성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든 단체로, 취지에 공감해 가입했다"며 "2003년 회원인 최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이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했다"며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뉘우쳤다.
안 원장은 특히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나 그 역할이나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SK그룹 최 회장은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최 회장 주도로 2000년 9월 결성된 대기업ㆍ벤처기업의 유명 CEO들의 친목모임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회원으로 있다. 이 모임은 재벌 2,3세 기업인을 비롯해 안 원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재웅 다음 사장 등 유명 벤처기업인도 회원에 포함됐다.
안 원장의 9년전 행적이 논란이 된 것은 야권 유력주자인데다, 최근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과 기업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고 지적하는 등 기업윤리를 강조해서다.
안 원장은 책에서 "이제는 법이 가진 자들만 편들지 않고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절망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제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하다"며 "머니게임과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