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배낭을 둘러매고 가족 지인들과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름휴가의 목적은 단연, '폭염(暴炎)'을 잠시라도 피하고 일년 중 계속되는 업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지요.
아무리 강철같은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해도 푹푹 찌는 더위와 싸우다보면 어느 순간 기운이 빠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울러 업무능률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위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닌 셈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고속도로 위를 달려가는 요즘,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에 근무하고 있는 국세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요즘 국세청사 사람들은 더위와의 전쟁 중입니다. 가뜩이나 산적한 업무와의 싸움도 힘든데, 좀처럼 참기 힘든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는 하소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국세청사는 중앙냉방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데, 불볕더위로 인해 전기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재발을 우려한 정부가 각 정부청사 냉방시스템 가동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정해 놓은 냉방시스템 가동 기준은 외부온도가 28도를 넘었을 때부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피크타임'인 오후 2시∼3시30분까지는 외부온도가 살인적 수준인 40도를 넘더라도 냉방시스템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는 것입니다.
3시30분부터 다시 냉방시스템이 가동이 되지만 그나마도 30분 단위로 껐다, 켰다를 반복, 더위를 이겨내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언입니다.
국무총리실에서 전 정부기관에 내린 하절기 에너지 절약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입장인 국세청은 어쩔 수 없는 형편입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할 공직자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불평마저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것이 국세청 사람들의 전언입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책상 밑에 선풍기를 두고 돌리고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별 소용이 없다. 사무실 내부공기가 뜨거우니 하루하루 고역이다"라며 "빨리 여름이 지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저층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실내온도가 높아진다. 국세청장실과 차장실이 있는 12층도 예외는 아니다. 국세청사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엘리베이터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세청 청사관리계 소속 직원들은 더위 때문에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더위에 지친 국세청 사람들의 불평 불만을 받아줘야 하는데다가 사무실이 국세청사 맨 꼭대기층(16층)에 위치, 국세청사 각 사무실 중 가장 더운 사무실이기 때문이죠.
청사관리계는 하루에도 수 십 통씩의 불만전화(?)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에너지 절약지침을 지켜야 하는 하기 때문에 전화통을 붙잡고 직원들을 설득하고 달래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후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