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호들의 자산은닉처인 케이맨제도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세금 걷기에 나서면서 또 다른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도 더 이상 '세금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 서부의 영국령 버뮤다의 밥 리차드 내각 재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영국정부가 자치령들의 극심한 재정난으로 우발부채가 쌓이자 대표적 조세피난지역인 케이만제도에 세금을 거두도록 압박해 왔다"며 "최악의 경우 버뮤다를 포함한 영국 자치령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나 파산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뮤다 국민들은 2004년이래 정부 부채증가율이 800%를 육박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이대로 재정상태를 방치한다면 외부 간섭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뮤다는 슈퍼리치들이 자산을 숨겨놓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최근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상당한 재산을 이곳에 은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7일 쿠바 남쪽의 영국령 케이맨제도의 매키바 부시 총리는 극심한 재정난을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 증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연 2만 4000달러 이상의 소득을 가진 외국인에게 10%의 소득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케이맨제도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이 전혀 없고 간접세만으로 재정을 운영해 온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그 덕분에 국제 금융기업들이 몰려와 국제금융의 중심지 구실을 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국제 금융회사들이 케이만제도를 떠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