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마케팅 실패론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앞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했지만 지금은 내용면에서 여야의 차이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브랜드'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민주통합당은 재벌개혁과 부자증세 등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만한 경제민주화 법안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대기업에 대해선 출차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하고 기존에 있던 순환출자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금지하도록 하는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9개를 한번에 발표한 것이다.
이에 더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고 발언하자 민주통합당은 호재를 만난 듯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경제민주화만큼은 민주통합당이 승기를 잡은 듯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열흘씩 시간을 두고 1호(횡령·배임 등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에 집행유예 선고 금지), 2호(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를 할 경우, 계열사 강제매각), 3호(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법안을 내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언론과 재계는 새누리당의 법안을 더욱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민주통합당이'박근혜 때리기'의 카드로 썼던 순환출지 금지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가공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내면서 이슈 주도권은 완전히 새누리당에 넘어간 꼴이 됐다.
이에 민주통합당에서는 9개 법안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에 대한 자책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 이슈 주도권을 잡을만한 카드를 한 번에 써버려 법안을 하나씩 내는 새누리당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왜 9개 법안을 한꺼번에 터뜨렸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언론은 9개 법안을 한번만 다루고 말지 않겠느냐"며 "정책위원회가 전문성이 있어 보이려고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위원회가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자료가 너무 두껍다. 그래서 우리도 보지 않는다"며 "그런 것을 기자들이 보겠느냐. 전문적인 면을 강조하려다보니 포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 정책위원회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포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더구나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경제·조세 쪽 전문가다보니 당내에서 이렇다하게 맞설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경제 관련 상임위에 배정된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이 워낙 전문적이다보니 다른 의원들이 전혀 얘기하질 않는다"며 "정책위의장이면 정조위원장들하고 상의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것이 적다. 이 의장이 혼자 알아서 정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정책위원회는 기존 방식인 당론발의 형태로 관련 법안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어느 하나만 뜯어고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법안을 1차 당론발의, 2차 당론발의의 형태로 내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