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여부 결정"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소득세 과세구간 및 세율체계 개편안이 빠진 것과 관련, 현재 시점에서 소득세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 소득세 과세 방안에 대해서는 종교계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협의를 갖고,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브리핑 이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 같이 답변했다.
우선 박 장관은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하향조정을 비롯해 소득세제 개편방안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는 등 섣부른 세제개편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소득세 과세구간과 세율체계, 근로소득공제 등 소득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안은 정부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으로 실무진에서 수 백번 시뮬레이션을 거쳤다"며 "하지만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비과세·감면 제도의 대폭 축소 또는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며 지난해 연말 국회를 갑작스럽게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3억원 초과 소득세율 최고구간(세율 38%)을 재설정하는 등 소득세 과세체계를 대폭 정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득세 과세체계를 개편할 경우 세수 감소가 불가피했고, 줄어드는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축소해야 하지만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들의 반감이 우려, 소득세제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여·야 정치권에서 올해 정기국회 때 비과세·감면 정비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도 소득세제 개편을 미루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박 장관은 "큰 정치일정을 앞둔 정기국회에서 비과세·감면의 대폭 정비가 가능하겠냐는 실효성에 의문이 많이 제기됐다"며 "단계적인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도 강구했지만 몇 년 뒤의 조세제도까지 이번 정부가 안을 내놓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만약 정치권에서 소득세제 개편을 먼저 요구해올 경우 그동안 마련했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있다며 소득세제 개편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소득세를 부담하는 각계각층의 기대와 요구를 감안할 때 근본적인 개편에는 상당한 숙성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세조정안을 갖고 있으며,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종교인 과세방안에 대해서는 종교인들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연말까지 종교계 반응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시행령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장관은 "현행 소득세법상 종교인 등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과세되지 않아 비과세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적응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최근 종교계에서 자진납세를 결의하고 있고, 과세 기술상에도 좀 더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종교인 과세는 기본적으로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며 "종교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납세결의도 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협의를 진전시켜 연말 시행령 개정시까지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찬 세제실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편안이 빠진 이유는.
☞ 소득세제 전면 개편안은 정부가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고, 실무진에서 수백번 시뮬레이션 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세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비과세·감면 제도의 대폭 축소 또는 정비가 불가피하다.
큰 정치일정을 앞둔 정기국회에서 비과세·감면의 대폭적인 정비가 가능하겠냐는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단계적으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는 방안까지 강구했지만 이번 정부에서 몇 년 뒤의 조세제도까지 안을 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하는 판단도 작용했다.
현재 소득세제에 따라 소득세를 부담하는 다양한 각계각층의 기대와 요구를 감안해 볼 때 근본적인 개편에는 상당한 숙성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조정 대안을 갖고 있다.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
□ 종교인 과세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 현행 소득세법상 종교인 등을 불문하고 소득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따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종교인들에게 과세가 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비과세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적응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최근 종교계에서 자진납세를 결의하고 있다. 과세 기술상에도 몇 가지 점에 대해 좀 더 고려할 부분이 있다.
이 부분들은 소득세법은 고치지 않아도 된다. 고치자면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데 시행령은 법을 고친 뒤에 개정하는 것이 순서다. 종교계와 좀 더 협의를 진행해서 대통령령에 어떻게 기술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연구하겠다.
□ 그렇다면 종교인 과세 방안은 정기국회 이후 시행령 개정시 반영되나.
☞ (백운찬 세제실장) 기본적으로 종교인 과세는 시행령으로 가능하다. 현재 종교 단체들과 2∼3번 협의를 진행했다. 최근 종교인 자체자 자정해서 납세결의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말에 시행령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좀 더 협의를 진전시키고 반영여부를 결정하겠다.
□ 세법개정안 세수효과가 1조6600억원이다. 정치권 복지공약이나 정부의 균형재정 목표 등과 비교해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 1조6600억원은 내년에 모두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향후 5년 간에 걸쳐 나타나는 효과다. 균형재정 관점에서 정보도 고민을 많이 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노리는 포석의 결과로 1조6600억원이란 숫자가 도출됐다.
경제활성화와 복지재원 및 재정건전화를 모두 뭉뚱그려서 종합하다 보니 총량으로 판단하기에 다소 어정쩡한 액수라고 보실 수도 있겠다.
□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5%로 상향조정했다. 부자증세 아닌가.
☞(백운찬 세제실장) 최저한세율의 경우 중소기업은 7%다.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만 15%로 상향했다. 세수 증가는 11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15%로 최저한세율을 인상한 것은 실효세율, 기업 경쟁력 등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다. 증세가 아니라 감면 받았던 부분을 더 못 받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 고가 명품가방에 개별소비세를 과세한다. 가방 외에 의류, 구두, 향수 등 기타 명품으로 확대할 계획은.
☞(백운찬 세제실장) 일단 향수는 200만원 넘는 제품이 별로 없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의류도 과세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옷은 위아래 한 벌을 따로따로 판매하는 등 과세를 피할 여러 방법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