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돈이 들어갈 무상복지정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소도시에서 무턱대고 복지를 늘리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KBS 특파원 현장보고에서는 '쓰러지는 미국 도시들'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공무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지와 연금체계, 그리고 도시들의 무리한 사업추진 등의 이유로 미국 중소도시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한 지자체는 14곳으로 최근 한 달 사이에만 3곳이 파산해 연쇄 파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2000년대 들어 우리 돈 3000조원을 넘었다.
펜실베니아 주의 수도 해리스버그는 무리한 사업으로 파산에 빠진 전형적인 사례로 전해졌다. 행정과 철강도시로 유명한 이 도시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었는데,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해 첨단 쓰레기 소각장을 짓는 등 수익성 사업에 뛰어든 게 화근이 됐다.
재래식 쓰레기 소각장을 첨단 시설로 개조해 여기서 나온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려 했으나 당초 예상했던 예산을 넘는 3500억원이 공사에 들어야 했고, 투자비 복구는 커녕 되레 소각장과 공용 주차장 같은 다른 수익시설까지 팔아야 했다는 것.
도시파산의 또 다른 주요한 원인으로 공무원들의 과도한 복지가 지목되기도 했다.
미국 북동부의 센트럴 폴스는 세수가 줄었는데도 공무원에 대한 복지를 오히려 늘렸고, 결국 공무원 연금의 누적적자가 4800만 달러로 연간 시 예산의 2배를 넘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1년 전 파산 신청을 했다고 보도는 전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 스탁턴 시도 거침없이 불어나는 공무원 연금과 건강보험금 지출에 공무원을 30%나 줄였음에도 결국 2달 전 파산했다. 이 도시는 공무원 퇴직자들에게 근무할 당시 급여의 90∼100%를 연금으로 주는 등 방만한 공무원 복지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튼은 파산위기에 놓이자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로자 임금을 법정 최저 임금으로 삭감했지만, 공무원들이 고용계약 위반이라는 소송을 제기해 결국 빚을 내서 정상임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시에선 각종 세금을 올리고 통근세까지 신설하려 했지만, 이번엔 주민과 기업들이 재정이 튼실해 세금부담이 적은 인근 중소도시로 빠져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중소도시 사이에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중소도시의 파산위기를 남의 일만으로 여길 수만은 없는 처지. 0∼2세 무상보육 대상을 섣불리 확대했더니 관련예산이 7000억원 이상 늘어났고, 결국 서울 자치구 대부분이 최근 예산고갈로 제도시행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국민연금도 2041년에 적자가 발생한 뒤 2053년이면 고갈될 전망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는 경고음도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이나 호화청사 등의 문제로 태백·인천·용인·성남시 등이 재정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중소도시의 파산문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복지공약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