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이 작성한 고객 기업의 세무조정계산서가 정확하게 작성되고, 또 세금신고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세무사회가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감리제도를 놓고 세무사회와 회원들간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세무사회가 올해부터 감리업무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세무사들이 고객인 기업들의 회계정보가 담긴 모든 세무조정대상 업체들의 회계자료 일체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불붙었습니다.
또 그동안은 우편으로 제출하던 자료를 올해부터는 전산으로 제출하도록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무사들은 조정계산서 작성업체수와 상관없이 세무사 1인당 2개 기업의 회계자료에 대해서만 우편으로 제출해 왔으나, 세무사회가 올해부터 모든 조정업체의 회계자료 일체를 제출하는 것은 물론 제출방식도 우편이 아닌 전산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당장 고객(기업)의 정보보호 문제가 불거졌고, 세무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태로 발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무사회는 지난 4월경 자료제출 대상을 기존대로 2개 업체로 제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제출방식은 전산제출만을 계속 고수하면서 세무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 최근 서울지역 세무사협의회장들은 세무사회의 감리제도 변경과 관련 오랫동안 토의를 한 끝에 23개 협의회장들이 연대 서명한 건의문을 세무사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이 제출한 건의서의 골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감리자료를 전산으로 신고, 보관하는 것은 암호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해킹 등의 위험이 있는 만큼 감리자료의 전산보관은 실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국세청 세무자료도 우편 및 수동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듯이 세무사회 감리자료도 수동과 전산제출의 방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세무사회원들 거래처의 회계데이터는 세무사의 핵심자산이며 밥줄이자, 비밀을 반드시 지켜주어야 하는 것으로 만에 하나 정보유출 문제가 발생한다면 세무사업계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 지역회장은 "세무사들이 건의를 하면 정부도 수렴을 하는데 지금의 세무사회 집행부는 너무 고집이 센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세무사들의 목소리를 세무사회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세무사회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 "세무사회의 감리제도는 조정계산서제도가 도입된 이후 1995년까지는 모든 회사에 대해 감리를 진행했었다"면서 "조정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1999년부터 표본감리를 진행했으나, 부실감리와 부실조정 문제가 불거졌고 급기야 조정계산서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실신고확인제가 도입되는 등 세무사회원들의 업역보호차원에서라도 감리제도는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세무사회는 또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전산감리를 하지 말자는 것은 향후 기업진단 및 조정계산서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업역축소라는 위험성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회원들의 이해를 구해왔습니다.
특히 세무사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계프로그램 제공회사가 수임업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은 괜찮고, 세무사회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당황스럽다"는 반응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세무사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무사회의 자료를 누가 유출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곤란하다"면서 "전자제출을 반대하는 것은 아마도 가짜 장부(이중장부)를 많이 하는 회원들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집행부와 세무사업계의 중추세력인 서울지역 세무사협의회장들의 생각이 대척점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집행부의 이렇다 할 해명이 이어지지 않자 서울지역협의회장들은 오는 22일 다시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재결집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서울지역세무사협의회장들이 이날 또 어떤 강력한 건의문을 들고나올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