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법개정안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낙관적이지 않다. 공평과세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그 어느 쪽도 성과를 거두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개편안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먼저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관련 어느 정도의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이를 사회적인 요구와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 과제라는 의견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사실상 의문이 제기됐다. 이것이 과연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지금 우리의 경제 환경을 볼 때, 유럽의 재정위기 가능성, 중국의 경제성장 한계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세금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라는 대원칙에 맞는 개정안은 바람직하다"며 "단, 매년 국회에서 이뤄지는 세제개편이 세제 본연의 측면에서의 개정보다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1인당 공제금액도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Q.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췄는데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과세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금융세제도 큰 폭으로 개편했는데 적정하다고 보는가.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학교 교수, 이하 홍기용) = 고액의 금융소득자에 대한 과세강화는 사회적인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으로 3만 명이 당초 분리과세대상에서 종합과세대상으로 전환된다. 다만, 금융소득만 있고 다른 소득이 없이 금융소득에만 의존하는 65세 이상 자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파생상품과 주식에 대해서는 같이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모든 주식양도차익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는데 파생상품에만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적으로 소득과세하기도 어렵고, 또한 주식거래에 대한 증권거래세가 과세되고 있는데 파생상품만 거래세를 비과세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매우 활성화되고 있는 파생상품거래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경우 국제적 환경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며, 또한 주식거래관련 조세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이하 현진권) = 개인단계의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는 형평성 차원에선 맞는 논리이지만, 개방화 시대에 자본의 국제이동력이 빠른 현실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것이다. 형평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의 국제간 이동을 통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 환경을 볼 때, 유럽의 재정위기 가능성, 중국의 경제성장 한계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데,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방향의 분위기는 경제성장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형평성에 높은 가중치를 주는 분위기라서 큰 문제다.
심태섭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이하 심태섭) = 전체적으로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제도를 정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개편으로 생각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춘 것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찬성이며, 향후 그 기준 금액을 좀 더 낮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라는 대원칙에 맞고, 요즘 이야기하는 공정사회 구현에도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도 앞과 비슷한 관점에서 바람직한 개편으로 생각된다. 주식시장 활성화 초기에 도입되었던 상장주식양도차익의 과세제외에 대한 것도 그 개정여부를 검토할 시점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과세하는 것은 거래에 대하여 과세하기보다는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금번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과세는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바람직한 개편방향으로 본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오윤) = 금융소득종합과세는 포괄적 소득개념으로 볼 때에는 가급적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금융소득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과연 포괄적 소득개념을 여과 없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현행 14% 수준의 실질 세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3000만원 수준으로 한 것은 사회적인 요청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차제에 금융소득에 대해 분리과세제도의 확대적용 등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는 조세원리상으로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과도한 파생시장을 고려할 때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세수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면 이는 자칫 시장 자체를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번에 주식양도차익과세의 폭을 넓히기는 하였는데 보다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이하 유환익) = 최근 수출이 둔화되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번 증세조치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올해 일몰되는 공제감면제도가 총 101개였는데, 이중 R&D 관련 세액공제 등 기업의 연구개발 관련 공제제도는 3년간 일몰이 연장됐다.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은 기업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공제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 관련 개편안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Q.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홍기용 = 최근 부동산경기가 너무 악화되어 있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즉 다주택 양도중과폐지, 주택의 단기양도중과 완환, 비사업용토지 양도중과폐지 등이 있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침체기에서는 이러한 부동산관련 중과 세제를 완화하는 것은 일부 부동산경기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조세를 통한 부동산경기의 회복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부동산경기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부동산투기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진권 = 주택시장이 전체 국가경제에 주는 영향도는 매우 높으며, 지금 주택거래가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거래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물론 수요증대를 통한 일시적인 부동산 투기현상을 논리적으로는 걱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거래실종 수준이 너무 높은 편이므로, 이 정도의 중과제도 폐지를 통해 이상 현상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양도세 뿐 아니라, 등록, 취득세 인하와 같은 정책수단을 동시에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지방세 정책이므로, 국세와 연계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심태섭 = 기본적으로 부동산경기를 세제로 조정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제 그 효과가 있는 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주택 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의 폐지는 어느 정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금번 조치가 부동산거래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 동안 부동산 관련 세제의 마련이 다소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마련 된 것 같다. 이는 부동산 경기를 세제로 잡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 그 동안 이루어졌으나,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 같다. 이에 향후 부동산 세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마련이란 측면에서 준비가 되었으면 한다.
오윤 =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주택임대소득을 과세하면서 중과세율은 폐지하는 것이 조세의 중립성에 부합한다. 주택도 투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의 혜택을 주고 있다. 주택을 단기 양도하는 등 투기적인 거래의 경우에는 중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4년까지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 1년 미만 단기 양도하는 경우에도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Q.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고 직불체크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함인데,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근로자들도 많다. 신용카드공제 축소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홍기용 =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비율(2007-2009)이 78%(직불카드: 8%, 현금영수증 : 14%)로 매우 높다. 이에 반하여 미국은 57%(직불카드 43%), 영국 34%(직불카드 66%), 호주 67%(직불카드 35%) 등이다. 신용카드사용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는 세원투명성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사용증가는 연 4.6%로 둔화되고 있어, 이에 대해 세금혜택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신용카드사용은 더 늘어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2010년에 정부는 신용카드 등의 사용촉진을 위해 약 2조5000억 원의 세금을 깍아준 적이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과소비를 야기하고,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에 신용카드가 활용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신용카드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낮추었지만, 현금영수증에 대해서는 20%에서 30%로 높였다. 앞으로 신용기능이 없는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의 사용을 권장하게 되면 신용건전화, 세원투명성, 사업자 가맹점수수료완화, 물가안정,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곧 납세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진권 = 신용카드 공제제도는 10년 이상 추진한 것이며, 목적은 과표 양성화에 있었다. 이제 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목표가 근로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원칙에 충실한 정책방향으로 가야한다.
심태섭 =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그 도입목적인 사업자의 소득노출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이 되었고, 그 정책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국민의 신용카드사용이 일상화된 것 같기에, 단기적으로 축소 내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로 인한 근로소득자의 세금증가는 신용카드소득공제와 결부해 생각하기보단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자에 대한 적정한 세부담이란 측면에서 검토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오윤 = 이제 신용카드의 사용은 생활화되어 가고 있으므로 신용카드의 공제율은 점차 축소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특례이므로 일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Q. 내수활성화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있다. 한편 명품 고가가방에는 20%의 개별소비세를 과세할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는가.
홍기용 = 우리나라의 일부 국민은 골프장이용을 위해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를 억제하고 내수활성화를 위해 회원제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1만2000원(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을 포함하는 경우 2만1120원)에 대해 면제하기로 했다고 한다(물론 현재 대중골프장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있음). 그러나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1~2만원 때문에 해외를 이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큰 세수효과도 없을 뿐만아니라, 내수활성화에도 별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볼 때, 이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국민에게 인식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명품고가가방 등을 개별소비세에 포함하는 것은 다른 고가품과 보조를 맞춘다는 면에서 의미는 있다고 할 것이다.
현진권 = 골프장과 고가가방에 대한 조세정책방향은 서로 상이하다. 골프장에는 성장을, 고가가방엔 형평성이란 원칙이 적용됐다. 세금을 통해 계층 간 형평성을 달성 가능한 경우는 세원의 이동성이 없어야 할 때다. 해외골프와 함께, 해외쇼핑이 가능할 경우에는 형평성 강조의 정책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고가 가방의 해외쇼핑이 늘어날 것이며, 물론 정부에선 관세행정을 강화해서 행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 소득관련 세목과 함께, 소비관련세제에서도 형평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이지만, 골프대상에는 또 다른 원칙이 적용되었으며, 이는 정책철학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심태섭 = 금번 세제개편안의 기본방향 중 일자리 창출 및 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내수활성화 방향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장 혹은 경제활성화라는 같은 방향으로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내수활성화를 위한 세제수단은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이 가며, 실제 이번 개편안에서도 소비주택거래 등 활성화 지원정책이 주를 이룬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인 측면에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는 내수활성화를 위한 개편이고 고가가방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는 과세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개편이기에, 비록 두 조치가 그 방향은 반대이지만 나름대로 각 조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윤 = 개별소비세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타당하다.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조세의 중립성을 저해하는 것이다. 명품 고가가방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이런 점에서 도입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환익 = 여러 지원제도 중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세제지원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와 직결되고 특히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울 경우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가 임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