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 ETF 펀드, '보수' 내리고 규제는 '강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합친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더 저렴한 비용에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 투자 설명이 의무화되고, 상품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ETF 시장의 건전화 정책'을 발표하고, 개인투자자의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소규모 종목의 상장폐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ETF 투자를 활성화하고, 장기 국채 ETF 등을 출시키로 했다. 

ETF란, 간접 투자 상품인 펀드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형태로, 개인투자자가 손쉽게 사고 팔수 있어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4%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고, 기관투자자 참여가 저조해 미흡한 측면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10월 도입된 뒤 36배 증가했다. 현재 시장은 12조4000억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품 수는 122개로, 운용회사는 15개사로 늘었다.

앞으로 금융 당국은 ETF 운용보수를 현재의 3분의1 수준인 약 0.15%(15bp)로 낮추고, 투자자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ETF 투자를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대신에 투자위험과 관련한 설명을 사전에 듣고 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 소규모 ETF를 폐지하고, 신규 ETF의 상장 심사도 강화한다. 상장 폐지 기준은 상장 후 1년이 경과한 종목 중 자산규모가 50억원 미만이거나 최근 6개월 동안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500만원 미만인 종목 등이다.

주식뿐만 아니라 장기 국채 등에 투자하는 ETF도 출시된다. 이밖에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위험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비철금속(구리, 알루미늄 등) ETF와 운용 규제를 없앤 '액티브' ETF 등이 출시돼 안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 국채 ETF는 이달 중에, 나머지는 하반기에 도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 ETF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 10년 동안 ETF 시장이 커지자 주요 국가들은 시장선점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의 경우 기관투자자 투자에 힘입어 ETF 시장이 동반 성장한 바 있다. 해외의 기관투자자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은 각각 50%,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관투자자의 ETF 투자는 15%로 저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퇴직연금 중 일부를 적립금의 40% 안에서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단, 퇴직연금 가입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의 경우에는 예외다.

김정각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해외 사례 등에 비춰볼 때 아직은 국내 ETF 시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ETF 시장의 건전화와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투자자 보호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시행 중인 주식 차입(레버리지) ETF의 신용융자 금지와 위탁증거금 100% 제한 등의 조치는 당분간 지속된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TF 신용융자 제한 등의 규제 장치로 인해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