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국정조사 요구
공정위, "인정할 수 없다, 적정 과징금 부과"
조사지연 및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4대강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정권 차원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담합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축소시켰고, 과징금을 3500억원 이상 감면시켜줬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공정위가 그동안 4대강 담합사건 조사결과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면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2월 담당 부서인 카르텔총괄과에서 4대강 입찰담합 조사를 끝마치고 심사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이를 1년 4개월 동안이나 전원회의에 상정시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공정위 카르텔총괄과가 작성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진행상황' 위원장 보고문서를 보면 이 때 당시 1차 턴키 공사에서 발주된 15개 공구 가운데 13개 공구에 대한 입찰담합 사실이 확인됐고, 심사보고서 작성도 완료됐다고 적혀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를 끝마치고도 장시간 고의적으로 발표를 지연시켰다는 주장이다.
또한 김 의원은 "공정위가 2009년 12월에는 1차 공구 외 영주댐 입찰담합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으나 이 사실을 32개월 동안이나 숨겼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결정된 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의도적으로 과징금 감면기준을 낮게 책정하는 방식을 통해 과도하게 과징금을 깎아줬다는 것.
그는 우선 적용법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4대강 1차 턴키공사의 경우 현대건설 등 19개 대형 건설사가 개입된 명백한 '입찰 담합'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심결과정에서는 '용역 제한' 적용을 규정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과징금 부과기준에 따르면 입찰 담합의 경우에는 실제로 낙찰을 받지 못하더라도 과징금 부과액의 절반 수준이 부과되어야 하는데, 적용법규를 다르게 적용시켜 들러리업체에는 과징금이 단 한푼도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입찰담합 관련 규정을 적용해서 들러리 입찰 혐의가 있는 기업까지 과징금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기본 과징금은 4661억원~6053억원이 된다"며 "공정위가 낙찰에서 탈락한 공구를 아예 매출액 산정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적용 법조항을 바꾸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이번 사건이 매우 중대한 법 위반사항임에도 기본 과징금 부과율을 7%로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건설사들의 과징금 수위를 낮추기 위한 공정위의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건설 등 6개 건설사에 대한 과징금 가중사유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칙대로 과징금을 적용할 경우 최대 7335억원이 부과될 수 있는 사건임에도 공정위는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최소 80% 이상의 과징금을 감면시켜 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공정위가 건설업체와 2차 담합을 한 것이자, 건설사 파수꾼으로 전락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4대강 1차 턴키 담합 건을 4. 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전격 의결하고 영주다목적댐 담합 사건을 숨겨온 것이 청와대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보고서는 1차 현장조사 결과에 대해 사전 발표한 수준이었으며,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관련업체를 조사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담합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공정위가 과징금을 과도하게 깎아줬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 사정이나 당시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맥시멈 수준의 과징금을 가정한 것"이라며 "심사관들은 건설사들의 가담여부나 위반혐의 수준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