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소 토론회 "경제민주화 개념 오남용…재벌 때리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금산분리 법안 발의 예정"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의 물줄기인 재벌개혁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11일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재벌개혁을 초점으로 한 경제민주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재벌개혁과 관련,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대적 요구를 넘어서서 자칫 성공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제재 방향으로 진행되면 기업의 의욕과 활력, 장기 성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결국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능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자칫 효율적 내부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계열사 간의 거래만 '내부 거래'로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동일 회사의 사업부간의 거래와 경제적 실질이 같은 행위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집단체제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재벌의 고유한 장점을 살려 주주 간의 이해 상출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에 대해 "출총제는 외환위기 이후 이루어진 많은 개혁조치와 수익성 위주의 투자관행의 정책에 따라 그 효능을 상실하고 부작용이 더 커져 폐지된 것"이라며 "또한, 신규회사 설립과 기존회사 추식취득 등 이중출자만 규제해, 기업의 최적 조직 선택에 왜곡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서는 "재벌의 총수 일가가 자신의 실질지분을 초과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차등의결권 제도와 사실상 동일하다"며 재벌의 순환출자 의결권을 옹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진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 "신규순환출자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선단식 경영도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세금 없는 경영권 상속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의결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대기업이 문제의 핵심에 있다는 게 과연 사실인지 묻고 싶다"며 "시중에선 대기업 때문에 양극화가 심각해졌다고 하고, 복잡한 출자구조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선진국에서도 이런 출자구조는 발견된다"고 순환출자구조의 문제점을 부정했다.
그는 "정치권이 헌법의 경제민주화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남용하는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고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보수 대 진보, 성장 대 분배, 자유 대 규제 등 양분된 흑백논리와 정치적 쟁점화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순환출자 해소나 금산분리 등은 대기업의 투자나 고용을 위축시켜 중소기업에도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고 '대기업 때리기'를 우려했다.
반면, 녹색소비자연대 박인례 공동대표는 재벌개혁에 집중된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국민) 경제와 간련된 이슈가 배제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의 남용, 담합 관련해서 소비자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연구소가 당의 정책방향을 그리고 밑그림을 그리는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외부전문가들의 부정적 의견들이 반영될 경우,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춰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해온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날 비공개 회의를 통해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금산분리 강화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조만간 법안발의하기로 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황우여 대표는 인사말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충돌한 '김종인-이한구 설전'에 대해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게 새누리당의 전통"이라며 "온당한 결론을 내어 한목소리 내는 게 당의 입장이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