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안철수'가 입을 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1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민주당 후보가 선출된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TV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밝히고,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대담집을 발간하는 등 한국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도, 막상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안철수 원장.
지난 6일에는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캠프 인사로부터 뇌물·여자 문제를 거론하며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폭로에 나서면서 정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이날 안 원장의 입장 발표 예고는 향후, 대선정국에서 휘몰아칠 태풍이 될지 소리만 요란한 바람이 될지 주목된다.
안 원장이 불출마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분석부터, 구체적인 출마 시점과 방법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안 원장을 둘러싼 올 연말 대선 정국을 가늠해보는 [테마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테마인터뷰]에서는 김능구 e윈컴 대표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리고 전원책 변호사 등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정치평론가들에게 안철수 원장의 출마 여부와 출마 방법, 그의 출마가 대선과 정치권에 끼칠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김능구 "26일" 전원책 "23일" 신율 "16일" 출마 시기 전망
"'안철수 불출마 협박'논란...박근혜 사찰·공작 이미지 덧씌워져"
'안철수 대선 불출마'협박을 주장한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11일 안 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민주당 후보가 선출된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안철수 원장에 대한 관심사는 이제 출마여부보다 출마시기로 옮겨간 형국이다.
김능구 e윈컴 대표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리고 전원책 변호사 등 대표적인 정치평론가들 역시 민주당 경선 일정과 맞물려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조금씩 달랐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23일 직전'으로 내다봤고, 정치컨설턴트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추석 전인 '26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경선 1차 결선이 치러지는 16일 전후로 두 평론가보다 시기를 앞당겨 예상했다.
"지금 민주당 대선 경선은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신 교수는 "16일 1차 결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조만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이 독자 출마 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향후, 정국 운영에 대해서도 세 사람 모두 '시민의 힘'에 의한 '거국 정부'를 구상하고 있었다.
전 변호사는 "오히려 (독자출마가) 여러 장점이 있다"며 "거국 내각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으면서,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한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기존 정치권을 계속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행정부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도 "당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국 정부를 통해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신 교수 역시 "무당적으로 나올 것 확률 높다"며 "야권으로 들어가면 기성정치권이 되어버리는 것이라서 지지기반을 스스로 차버리는 게 된다. 그럼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安과 단일화 실패 시 민주당의 운명은? "민주당 와해될 것"..."뼈를 깎는 쇄신 해야"
문제는 민주당의 앞날이다. 민주당 경선 흥행 실패는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안 원장의 '무당적' 출마와 단일화 실패가 부를 민주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민주당의 '운명'을 낙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 사람 모두 냉정하게 '민주당의 와해'를 거론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은 끝난다고 봐야한다. 와해될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안철수로 넘어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중에 안철수 원장을 주축으로 신당 창당을 할 것이고 기존 정당이 아닌 '시민당' 형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민주당은 엄청난 자기 쇄신과 뼈를 깎는 재창당을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며 "극단적으로는 와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자기 힘을 보태겠다고 하면 몰라도 민주당과 연합을 쉽게 안 할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불출마'협박논란에 대해서는 신 교수는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에 전화를 건 것을 보면 '친구사이'의 통화는 맞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새누리당이 당 차원 검증과정에서 나온 의혹인지 정준길씨 개인 차원에서 한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안 원장 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대응 태세로는 곤란하다"며 "금 변호사가 관련 의혹을 안 원장한테 물어보니 '아니다'고 한 게 끝 아니냐. 이건 대응이 아니다. 구체적인 자료를 모아 왜 아닌지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아마추어"라고 꼬집었다.
전 변호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직접 만나서 할 얘기지 공보 파트의 한 위원으로 있는 사람이 휴대폰으로 주고받을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준길씨는 대선기획단의 공보위원이고, 검사출신이기 때문에 네거티브 캠페인의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즉시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유권자들이 당이 연관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답변 순서는 가나다순.]
□ 안철수 원장은 출마할 것으로 보는가. 출마한다면 시점은 언제쯤이 될 것으로 보는가.
김능구(이하 김) = 금태섭 변호사는 이번에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까지 대동하고 정 위원의 전화를 불법 사찰과 공작 정치로 규정하면서 공세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는 안철수 원장이 드디어 대선 판의 무대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출마 선언을 앞당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안 원장은 제3의 길을 걷겠지만 민주당은 우호세력이니 민주당 후보의 선출은 기다려 주는 것이 도의에 맞다. 때문에 출마 선언은 추석 전인 26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전에 출마 선언을 해야 추석 민심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추석 전에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본다.
신율(이하 신)= 출마는 당연히 할 것이고, 출마 선언도 빨리 할 것이라고 본다. 6일 금태섭 변호사 기자회견도 출마 선언의 포석이라고 봐야한다. 지금 민주당 경선은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16일 1차 결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조만간 할 것이라고 본다.
전원책(이하 전)= 지금 후퇴를 하기는 너무 늦었다. 대변인도 선임했고, 일종의 캠프가 구성이 되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TV프로그램 '힐링 캠프' 출연과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대담집도 냈다. 본인은 앞으로 국민의 뜻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미 권력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였고,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출마 선언 시점은 민주통합당 후보가 결정이 될 시점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안 원장과 민주통합당의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안철수 현상'의 연장선상에 출마하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당에 대한 '레드카드'라는 의미이므로 민주당과의 관계가 주가 아니라는 얘기다. 출마 선언 후 한 달 동안 새로운 세력을 책이 아닌 정치 세력으로 보여주면 뭔가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금 고정적으로 45%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그럼 민주당의 후보와 안 원장 세 사람은 1강 2중이거나 2강 1중의 구조를 보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 그 안에서 단일화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 외에는 어렵지 않을까 본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보았듯 모바일 경선은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신 = 무당적(無黨籍)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야권으로 들어가면 기성정치권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지지기반을 스스로 차버리는 것이 된다. 그럼 기성정치를 비판했던 자기가 한 말을 뒤집는 것이 되어,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없다.
독자 출마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돈과 조직인데, 돈은 시민펀드 등으로 출마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조직인데, 이것도 지지율이 올라가면 해결될 것이다.
전 = 아직까지는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가 기정사실화 돼있지만 박근혜 : 안철수 : 문재인의 구도가 4 : 4 : 2 정도로 나오고 있어서 안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게다가 민주당 경선 자체가 흥행이 안 되고 있다.
친노 쪽이 너무 조직적으로 경선에 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얼마 전에는 김태랑 전 의원이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물까지 뿌렸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더더군다나 안 원장에게 민주당은 필요 없을 것이다. 또한 안 원장의 지지자 중 30% 정도는 보수 쪽 중장년층이다. 오히려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한다고 해서 얼마나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삼자 구도에서는 오히려 박 후보에게 비판적인 사람에게는 문재인 후보 때문에 안 원장이 좌파로 보이지 않는 효과를 준다. 안철수 캠프에 정치를 제대로 읽는 사람이 있다면 야당과의 단일화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 만약 안 원장이 독자 출마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향후 정국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까?
김 = 당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국 정부를 통해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정치는 행정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도 중요하다. 그러나 단일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연대를 통해 열린 내각을 구성할 수 있고, 안 원장이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당과 합당하는 방안도 예상되고 있다.
전 = 오히려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거국 내각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으면서,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한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기존 정치권을 계속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행정부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정치보다 신진 세력이 더 힘을 받는다. 만약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고 이 힘이 뒷받침 된다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는 정치 혁명이 일어나 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쉽게 연합하지 않을 것이다.
□ 안 원장이 독자 출마하게 되면 민주당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김 = 민주당은 엄청난 자기 쇄신과 뼈를 깎는 재창당을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와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신 = 그럴 경우 민주당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와해될 것이다. 민주당에서 안철수로 넘어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중에 안 원장을 주축으로 '시민당'의 형식으로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도 있다.
□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 등을 통해 내놓은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본인 지지층이 볼 때 정답만 얘기한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한 부분이 두루뭉술한데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할 것 같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부분은 민주당 당론보다 세게 말했는데, 출마하게 되면 함께 하는 세력들과 조정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본다. 안 원장은 레프트가 아니고 중도에서 세력 모을 것이기 때문에 내놓은 부분 중에 엇박자가 있는 부분은 조정의 시간을 거쳐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 구체적인 정책이 없고, 막연한 생각을 서술한 것이다. ‘팩트’도 틀린 게 많아 아마추어적이라고 본다. 그런 부분 때문에 국정운영에 있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전 = 이 책은 안철수 원장이 직접 구성한 책이 아니고 대선 캠페인용으로 만든 책이다. 안 원장이 위대한 사상가나 석학이라면 대담집이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 안 원장은 대중의 인기가 높은 기업가였고, 청년층의 인기를 기반으로 카이스트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에 임용된 것이다.
□ 안철수 원장 측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보위원에게서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화를 건 당사자인 정준길 공보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 = 정준길 씨는 대선기획단의 공보위원이고, 검사출신이 공보위원을 맡았다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항간에는 정 씨가 '안철수 저격수'라는 말도 있는데, 산업은행 뇌물 사건이 자기가 수사했던 내용이고 떠도는 루머 중에 그런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들은 얘기를 친구에게 전한 것이라기 보다 정보를 수집하고 필터링했다는 느낌이 든다.
새누리당은 즉시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유권자들이 당이 연관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박근혜 후보가 그간 보였던 대통합 행보와 젋은 층 끌어안으려고 했던 노력이 이번 사건 한 방으로 완전히 날아갔다. 박 후보는 원칙과 소신, 약속을 지키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사찰과 공작 정치의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
신 =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에 전화통화 한 것을 보면 친구사이인 것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사이의 전화라도 새누리당이 밝힐 수 있는 것은 밝혀야 한다. 그 정보 수집을 어떻게 했는지, 당 차원인지, 정준길 씨 개인차원인지 가능한 밝혀줘야 한다. 정준길씨가 당시 산업은행 담당 검사였으니 뇌물관련 의혹 주장이 더 의심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안 원장이 자초한 면이 있다. 네거티브와 검증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검증에 대응한다면 곤란하다고 본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도 금 변호사가 안 원장에게 물어보니 ‘아니다’고 한 게 끝이다. 아마추어다. 구체적인 자료로 억울하게 당한 면을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