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서민금융 상담 행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 오른쪽)이 직접 대출 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행사장에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기획한 '서민금융 상담 행사'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면서 낮은 이자에 대출을 희망하는 신청자들로 현장은 정신없이 붐볐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서민층의 빚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저소득계층의 금융 지원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당국의 두 수장을 비롯해 시중은행 및 제2금융권의 은행장과 실무자들이 직접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현장 방문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서민 경제의 현실, 서민의 목소리까지 직접 듣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무늬만' 현장 행정이라는 적지 않은 비판들이 곳곳에서 들렸던 것.
서민 대출 신청자들은 수많은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상담을 받지 못했고, 한 신청자는 방송국 카메라에 신분이 노출될까 당황하는 기색마저 역력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한국대부금융협회, 소상공인진흥원, 사회연대은행, 한국장학재단 등 서민금융 기관들이 운영한 자영업 사업자 대출 및 대학생 학자금 상담 부스에는 1~2명이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어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해 제2금융권 시장에 내몰리는 '진짜' 서민들은 외면당한 모습이다.
이날 상담에 직접 참여한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신청자들이 서민금융 제도 자체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당황했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서민금융 전담 창구나 점포를 만들겠다는 금융 당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서민금융 전담 점포를 만들 것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수익을 낼지 은행권은 초조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 전담 점포가 서민 대출 등을 취급하는 업무만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서민금융 사업의 세부적인 계획이나 시기 등이 금융 당국과 협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들, 특히 생활고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현장 행정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내실 있는 정책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