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영등포에 서민금융 전담 창구 이달 '오픈'
외환銀, 과거와 다른 행보…"서민금융 필요성 절감"
하나銀, "대출자 사생활 보호"…VIP룸처럼 만들 계획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참석자 900명 규모의 '서민금융 상담 행사'가 열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및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의 은행장 및 실무자가 직접 상담에 참여했다.
서민 대출 '새희망홀씨'를 받기 위해 사전에 대출 상담을 신청한 희망자들은 가계경제의 어려움을 은행장들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현주 하나은행 부행장은 대출 상담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 "어려운 분들이 정말로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정부가 가계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서민금융 제도를 강화하는 가운데, 향후 이들 은행이 나아갈 서민금융 사업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서민금융 전담 점포, 올해 안에 문 연다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서민금융 정책에 참여한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서민금융 전담 점포를 열 계획이다.
민병덕 행장은 "아직 시기를 조율 중이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서민금융 전담 점포를 만들겠다"며 "올해 안에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6~7개의 서민금융 전담 창구를 영업점 안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점포로 확대하는 방안을 새롭게 강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달 안에 영등포 지역의 영업점에 서민금융 전담 창구를 우선 열고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라며 "내부 인테리어 등의 준비는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안에 서울 지역 3개 영업점에 서민금융 전담 창구를 연다.
이현주 부행장은 "오늘 보니, 대출자의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것 같아 서민금융 전담 창구를 VIP룸처럼 공개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추후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서민금융 전담 창구를 열겠다"고 전했다.
이날 이현주 부행장은 대출 상담에 직접 참여한 은행장 및 부행장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행사장 자리를 지켰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업자로부터 금전 손실을 입은 분과 상담을 했다"고 밝힌 뒤 "하나은행 법무팀 직원을 소개해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 "연체율 높지만 은행의 사회적 기능 중요"
새희망홀씨는, 시중은행들이 저소득계층에 연 10%대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서민 대출 상품으로 지난 2010년 출시된 뒤 2조5168억원이 승인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연체율을 살펴보면 2.4%를 기록해, 국내은행(1.09%) 및 신용대출(1.02%)과 비교하면 2배, 가계대출(0.83%)과 비교하면 3배에 달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새희망홀씨 대출액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은행들의 연체율은 3%를 초과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민병덕 행장은 "연체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은행의 사회적 기능을 하는 차원에서 새희망홀씨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은행의 전신(前身)이 한국주택은행인 만큼 서민금융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민금융 상담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윤용로 행장은 "원래 외환은행은 기업금융과 비교해 서민금융에는 소홀해왔지만, 앞으로는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화장품 판매원 일을 하는 중년 여성과 대출 상담을 했는데, 자녀들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중에 28%대 이자의 카드대출 등이 있어 경제적 고민이 깊어보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연 10% 금리에 2000만원 대출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현행 새희망홀씨는 연 소득과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대출 신청이 제한된다. 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면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고, 연 소득이 3000~4000만원이면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여야 된다.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만큼 비교적 까다롭게 승인이 이뤄지자, 금융 당국은 과거 연체 기록이 있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일용직 근로자 등에게 대출을 허용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자영업 사업자나 대학생 학자금의 대출 상담도 진행됐지만, 신청자 수는 새희망홀씨와 비교해 저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