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헌법질서 파괴행위"…이재오 "'피에타' 보고 생각 고쳐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사진)가 '인혁당 무죄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으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5.18 쿠데타를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해 역사인식 부재라는 비판을 받은데 이어 또 다시 역사인식 논란에 직면한 것.
박 후보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앞서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범진 전 한성디지털대 총장이 지난 2010년 출간한 학술총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에서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해 박 전 총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뉴라이트 계열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 2011년 '보수가 이끌다'라는 공저에서 1차 인혁당 사건에 대해 인혁당이 자생적인 공산혁명 조직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앞서 전날(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 부분(인혁당 사건)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번 한 적이 있다"고 '역사의 판단'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인혁당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도예종씨 등 2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듬해 4월 대법원이 이중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후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사건으로 조봉암 간첩 사건과 더불어 헌정 사상 대표적 '사법살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진상규명운동이 이어져오다 2002년 9월 '의문사 진상규명위'는 중정의 수사가 조작됐다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2005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수사방향이 결정돼 집행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형이 집행된 8명에 무죄를 최종 선고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수 백억원의 배상액을 최종 결정했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 부재 논란을 일으킨 이번 발언에 대해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까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박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유신 시대였다면 '피에타'같은 영화는 상영금지에다가 다 잡혀갔다"며 "박 후보가 영화 '피에타'를 보면서 유신에 대한 생각을 고치고 세상을 깊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한 "박 후보가 유신의 주체이지 않느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캠프 내에서 5.16 쿠데타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 독재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니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가자는 분위기였지만 후보 스스로 전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옆에서 더 과감하게 말을 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도 이날 의원 전원이 나서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박 후보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의도적인 거짓말"이라며 "재심판결의 내용은 긴급조치 등 위헌적인 통치행위가 횡행하던 시절에 잘못된 법원의 판결, 독재정권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그 판결을 취소하고 무죄를 선고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모르고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을 운운한 것이라면 바보인 것이고, 1975년 독재치하에서의 판결에 대한 무죄로 나온 사실을 알고도 표현했다면, 현재의 사법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또한, 민주당은 이날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초사법적인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며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오만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후보의 발언이 파문으로 번지자,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서 1975년에 유죄판결이 있었고, 2007년 재심을 통해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며 "새누리당은 이 사건과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존재하지만, 재심판결이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존중한다"고 대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