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화장품이 중간 마진비용 등을 고려해도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립스틱의 경우 수입원가의 8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 YWCA(회장 이연배)는 에센스, 아이크림, 컴펙트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 4개 화장품에 대한 국내외 가격차, 유통채널별 가격, 수입가격 대비 소비자가격 수준 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 PPP(구매력 평가) 고려시, 한국에서 화장품 가장 비싸
YWCA는 한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개국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센스 6종, 아이크림 5종, 컴펙트 파운데이션 2종, 립스틱 5종 등 총 18종의 평균 소비자가격을 명문 환율로 환산해 비교했다.
이 결과 일단 외형상 가격은 일본(134)>호주(105)>한국(100)>이탈리아(91)>독일(89)>미국(88)>영국(86)>프랑스(86) 순으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그 국가의 국민소득 등을 고려한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환율을 적용해 백화점 소비자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8개국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100으로 기준으로 할 때, 일본(70.9), 이탈리아(68.0), 독일(65.9), 미국(63.7), 영국(58.8), 프랑스(58.5), 호주(46.4)로 집계됐다. 대체로 다른 나라보다 30~4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고, 특히 호주보다는 실질적으로는 2배 이상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YWCA 관계자는 "시장 전체적인 물가수준을 고려했을 때 한국시장에서의 수입화장품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원산지대비 국내 백화점 최대 2.31배 비싸
수입화장품 가운데 에스티로더, 키엘, 크리니크, 맥 등 미국 원산지 13개 제품의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은 미국 백화점 판매가격보다 평균 51%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크리니크의 '더마 화이트 브라이트C 파우더'는 미국에서 2만4071억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5만7000원에 판매돼 현지 판매가격의 2.31배에 달했다.
또 에스티로더의 '어드밴드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에센스),'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아이'(아이크림) 가격도 미국보다 각각 1.65배, 1.63배 수준에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제품도 마찬가지로 국내백화점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샤넬, 랑콤, 시슬리 등 11개 제품의 국내 백화점 판매가격은 프랑스 백화점보다 평균 20% 이상 비싸게 판매됐다.
일례로 시슬리의 '휘또 뿌드르 꽁빡트'(컴펙트)의 국내 판매가격은 12만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8만5122원으로 40% 이상 비쌌고, '아이앤립 컨투어크림'(아이크림)도 프랑스 현지가격보다 39% 비쌌다.
◆ 제품가격 백화점>인터넷쇼핑몰>병행수입매장>면세점 順
제품 가격은 판매처별로 달랐다. 백화점 평균가격이 가장 비쌌는데, 인터넷 쇼핑몰 보다는 평균 7%, 병행수입 업체보다는 평균 17%, 면세점보다는 평균 24%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샤넬의 울트라 꼴렉시옹 토탈 아이리프트(아이크림)은 백화점 가격이 면세점보다 34% 비쌌고, 에스트로더의 에센스, 아이크림 제품도 면세점보다 33%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비오템 화이트 디톡스 에센스, 아이에센스, SK2 스킨 크림인 파운데이션, 크리스찬 디올 어딕트 립스틱 등 4개 제품은 병행수입 매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됐다.
◆ 립스틱 수입원가 대비 7.9배
4개 품목 가운데 립스틱 제품이 수입원가 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수입원가보다 국내 소비자가격이 최대 8배 가까이 비싸게 판매됐다.
실제로 7월 한달간 수입된 립스틱에 관세가 더해진 수입 원가는 4673원인데, 국내 백화점 평균 판매가격은 3만6714원으로 최대 7.9배나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이는 그동안 이미 발표된 전기다리비(2.3배), 프라이팬(2.6배), 전동칫솔(2.7배), 위스키(5.1배)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도 수입화장품 가격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YWCA가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92.7%가 수입화장품이 비싸다고 느끼고 있었고, 74.5%가 기업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YWCA는 "수입 판매 독점구조에 따라 수입화장품 시장에 원활한 가격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병행수입 비중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가격경쟁을 펼칠 필요가 있고, 수입사들도 소비자의 요구를 감안해 보다 합리적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소비자정보종합망인 컨슈머리포트(www.smartconsumer.go.kr)에 게재해서 소비자들이 찾아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