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루머와 추측을 양산하며 전 세계 이용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 ‘아이폰5’가 12일(현지시간) 공개되자 미국 소비자들마저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루머로 나돌던 사양 그 이상의 깜짝 발표는 없었다. 실망감과 함께 혹평들이 만만찮게 쏟아지고 있다. 오히려 경쟁자들보다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한 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전문매체인 씨넷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의견도 부정적 의견들이 많다. 데이터베이스 닥터(DatabaseDoctor)라는 아이디를 가진 넷티즌은 “안드로이드 폰보다 화면은 작고 카메라도 사양이 낮으며 커넥터는 USB대신 소형 충전 단자(Dock connector)를 채택해 불편하다”며 “아이폰5를 구매할 어떤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2년 동안 아이폰5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킹 마르티자(King-Murtuza)도 “스티브잡스가 보면 슬퍼할 일”이라며“아이폰5가 안드로이드의 플레그쉽 기기들을 따라잡으려 했으나 삼성이나 HTC처럼 혁신적이지 않아 아이폰5를 포기하고 갤럭시 노트2를 기다리겠다”고 적었다
전문가들 또한 소비자들과 같이 부정적인 의견들을 보이고 있다. 지디넷(ZDNET)의 크리스토퍼 도슨은 “애플 팬인 나로서도 이번 아이폰5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약정을 해지하고 아이폰으로 바꿀 어떤 매력도 없어 보인다”며 “4G 지원과 A6칩에 따른 속도 향상 등 기존 제품을 향상시킨 것 외에 경쟁자들을 압도할 킬러기능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예상대로 아이폰5는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스크린이 커졌고, 무게는 122그램으로 아이폰4S보다 20% 더 가볍고 두께는 7.6밀리미터로 18% 더 얇아졌다.
4세대(4G) LTE를 지원하며 새로운 A6칩으로 CPU와 그래픽 속도가 2.1배 개선됐다. 배터리용량도 개선되어 LTE 웹 검색엔 8시간, 대기상태에선 225시간 동안 지속되며 카메라는 8백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 차별화에 실패한 하드웨어
지금까지 조금씩 공개된 아이폰5의 사양은 대부분 적중했다. 당초 신형 아이폰은 A6 프로세서, 800만 화소 카메라, 1GB 램, 향상된 음성 내비게이션 기능 등을 갖출 것으로 예측됐다.
제품을 소개한 필 쉴러 마케팅최고책임자(CMO)는 “아이폰5는 역사상 가장 얇은 휴대폰”이라면서 “스크린에 터치센서를 장착해 가장 정교한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혁신이 아닌 자기복제
그러나 혁신적인 발전은 없었다.
아이폰5의 화면이 아이폰4S보다 8.9㎝(3.5인치)에서 10.1㎝(4인치)로 약간 커지고 두께도 1㎜ 정도 줄어든 7.6㎜로 외형 면에서 '길어진 아이폰'이라는 점 외에는 디자인의 차별화가 부족하다.
애플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폰5가 애플의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5의 사양과 기능이 잔뜩 부풀려진 아이폰 수요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폰4S(좌), 아이폰5(우)
씨넷은 “첫 인상이긴 하지만 아이폰5가 대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애플이 그동안의 아이폰과 달리 경쟁자들을 압도하거나 월등히 능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반 네티즌들도 ‘아이폰5’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5 공개 이후 씨넷이 ‘아이폰5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7시10분 현재 4230명의 응답자 가운데 “무조건 사겠다”고 답한 비율은 31.5%에 불과했다. 10.5%는 “나중에 구매를 고려해 보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살 생각이 없다”는 답이 22.3%나 됐고 “절대로 사지 않겠다”는 응답도 26.4%나 됐다.
■ 불안한 혁신의 미래
그동안 애플은 혁신을 강조하며 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도해 왔다. 간결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과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사용자환경(UI)은 아이폰만의 상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을 통해 급성장한 애플의 아이폰5가 혁신적인 디자인이나 사용자환경(UI)을 보여 주지 못해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S(위), 아이폰5옆면(중),아이폰5하단(아래)
특히 치열하게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자사 주력 제품을 제소한 애플에 반격하기 위한 특허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아이폰5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지고 있다.
씨넷은 지난 10일 코리타임즈를 인용 삼성전자가 “아이폰5에 LTE 기술이 사용된다면 아이폰 제조사에 대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보도를 한바 있다.
혁신은 사라지고 소송을 통해 경쟁을 막아보려 했던 애플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LTE관련 기술은 표준특허가 아니기 때문에 FRAND(공정하고 비차별적 사용) 조항을 주장할 수도 없는 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