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무디스(Moody's)를 필두로 불과 20일 만에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상향조정했다.
피치(Fitch)에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마저 14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7년 만에 'A'에서 'A＋'로 1단계 올렸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계속 강등되는 추세 속에, 같은 해에 3개 신용평가사 모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는 등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못한 가운데, 계속되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상향 배경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3대 신용평가사들은 한결 같이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낮은 대외부채 등 정부의 견조한 재정운영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선제적인 재정대응으로 모범적인 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상향조정 뒤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
한국 경제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북한 리스크가 최근 상당히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신호탄을 쐈던 무디스는 등급 상향조정 이유 중 하나로 북한 리스크 완화를 꼽았다. 지난 연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 강화 등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 신용등급을 가장 늦게 상향조정한 S&P의 경우 다른 신용평가사들에 비해 북한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무디스와 피치가 연달아 한국 신용등급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이 S&P의 등급 조정을 장담할 수 없었던 이유다.
실제로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무디스의 등급상향 발표 이후 "S&P의 경우 북한 리스크를 많이 강조한다"며 "작년 김정일 사망 이후 지도부 전환을 어떻게 보느냐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관건"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S&P마저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가장 큰 이유로 북한 리스크 축소를 꼽았다.
S&P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원만한 권력승계로 갑작스런 체제 붕괴 등 한반도에 발생할 급변 위험이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보여주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 및 체제 전환의 가능성은 물론, 김정일 사망 이후 한국 정부의 안정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3대 신평사 모두 북한 리스크 완화를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이유로 꼽은 만큼, 북한의 김정은 체제 붕괴나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안보 불안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통일비용 발생) 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S&P도 향후 전망을 내놓으며 "북한의 정정 불안이 체제 붕괴나 안보 불안을 유발할 경우 등급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북한 체제의 급변이나 국지적인 도발 등이 발생해 북한 리스크가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는 지난 6일 등급 상향조정 발표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등은 그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S&P 등급 상향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대북리스크 완화"라며 "새로 들어선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위험 줄었고, 김정일 사망이후 정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