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던 회사의 탈세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내가 연대보증을 선 대출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탈세사실을 검찰, 세무서에 고발하겠다"고 회사 사장에게 협박을 하다가, 공갈미수로 되레 자신이 징역살이를 하게 된 사건이 벌어졌다.
차라리 국세청에 탈세제보를 했더라면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탈세제보 포상금을 받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약점을 이용해 상대에게 겁을 준 뒤 자신의 보증채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이 사람은 뜻을 이루기는커녕 쇠고랑만 차게 된 것.
청주지방법원(판사 허선아)은 17일 "자신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탈세사실을 검찰과 세무서에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 사장을 공갈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지난 2월초부터 4월 말까지 某건설회사에서 다녔던 A씨는 이 회사의 사장인 B씨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게 됐고, 이로 인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다.
A씨는 자신이 연대보증채무를 지고 있던 2억5000만원 규모의 저축은행 대출금 변제기한이 다가오자, 이 회사에 근무할 당시 알게 된 B씨의 약점을 이용해서 B씨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법원 설명.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26일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의 한 커피숍에서 B씨를 만나 "내가 연대보증을 선 대출채무에 대해 당신이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당신이 탈세한 사실을 검찰과 세무서에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이 밝힌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이로부터 이틀 뒤인 28일에는 자신의 집에서 '某건설 세금 탈루'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작성해 B씨에게 보냈다.
B씨가 공갈·협박으로 A씨를 신고하려 하자 B씨 핸드폰에는 "기회를 드렸음에도 오히려 공갈 협박으로 신고하려 한다고요. 사장님 의도 잘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제 원망하지 마시고요"라는 등의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수차례 날아들었다.
이와 관련 청주지법은 "A씨는 공갈로 겁을 먹은 B씨가 자신이 보증채무를 진 대출금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채무를 지도록 하려고 했지만, B씨가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그러나 "비록 범행이 미수에 그치긴 했으나 범행 수법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이로 인한 B씨의 고통이 적지 않았다"며 "A씨가 진지한 반성의 빛도 보이지 않지만, 연령 등을 참작해 징역 6월의 실형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청주지법2012고단1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