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양도세 언제 깎이나?…정부-정치권 '갈팡질팡'

정부 "10일 소급적용 타진", 정치권 "확정된 바 없다"

지난 9·10 대책을 통해 발표된 부동산 양도소득세, 취득세 인하방안과 관련, 구체적인 세금 감면 시점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 사이의 입장차이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주택구매자들은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기 위해 잔금청산시점을 시기를 미루고,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주택구매 자체를 미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코자 했던 세금 감면제도들이 역으로 거래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동결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취득세 감면법안, 20일로 결정 연기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17일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각각 양도세, 취득세 감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그동안 줄곧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야권이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해, 연말까지 양도세·취득세의 한시적 인하방안에 대해 상임위를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상임위 개최일인 17일이 되자 여야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주까지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며 통과를 기정사실화 했던 정치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 법안 심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법안통과 시점을 단축시키기 위해 절차가 훨씬 간단한 의원입법을 통해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현재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양도세 감면), 지방세특례제한법(취득세 감면)이 소관 상임위 심사를 대기 중이다.

하지만 행안위는 "여야간 합의가 덜 됐다"며 오는 20일로 취득세 감면법안 심사를 연기시킨 상황이며, 당초 양도세 감면법안을 처리키로 했던 재정위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17일 계획된 전체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사실상 이날 법안 통과는 물 건너간 상황인 셈이다.

◆ 정치권 합의 난항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된 배경에는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먼저 취득세, 양도세 감면시점과 시행시기를 놓고 정부, 여·야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상임위 통과과정에서 대책발표일인 10일까지 소급해서 혜택을 주도록 결정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법안 심사와 시행시기와 관련된 권한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기 때문에 시행 시기에 대해선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세금감면 적용기간에 대해선 당초 계획대로 연말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각기 다른 입장을 내 놓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적용기한과 관련해 연말 이후 3~6개월 더 연장시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야당은 당초 계획대로 연말까지 허용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합의 선결조건으로 무상보육 확대정책에 따른 지자체 세수보전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무상보육 재원 부족분 6600억원 가운데, 추가수요에 따른 2821억원은 재정을 지원하되, 예산증액에 따른 부담분(3860억원)은 원칙적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번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부족분은 전액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열린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정부는 이 같은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가장 많은 무상보육 재원을 지출하는 서울시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불투명해 진 상황이다.

◆ 10일, 상임위 통과일, 30일…과연 언제부터 혜택받나?

정부와 정치권이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우면서 협의 일자를 계속 미루고 있는 동안, 시장에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실소유자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루가 지나면 바뀌는 소식에 주택 판매자와 수요자의 '감정싸움'까지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득세를 감면받기 위해 잔금청산일을 늦추면서 최근 이런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최근 주택매매 계약을 했다는 한 시민은 "(잔금분에 대한)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협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시행시기를 확정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제시한 감면 시기는 정부의 대책 발표일인 10일, 상임위 통과일, 또는 30일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양도세, 취득세 감면법안과 관련해 "적어도 추석 이전(30일)에는 협의를 끝내고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중 상임위 통과일은 당초 17일에서 20일로 심사일자가 연기됨에 따라 일자를 확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다만 양도세와 취득세 인하법안은 동시 통과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행안위가 심사일정을 밝힌 20일,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세금감면 시점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시행시기 결정은 전적으로 국회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상임위 심사가 연기된 상황에서 정확히 언제부터 세금감면이 시행되는지 확정 짓기는 어렵다"며 "상임위 통과과정에서 시행일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도 대책 발표 이전에 시행시기 등과 관련해서 정치권과 더 협의했더라면 적어도 이런 혼란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세시점이 확실해져야 정책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