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도 세금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가 되었습니다. 시민운동도 지금까지의 인권 환경 중심에서 좀 더 지평을 넓혀 세금문제로 관심을 돌렸으면 합니다. 세금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요, 건강한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불노소득을 추방하는 채찍이며 빈부의 격차를 조절하는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다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요한 세금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납세자들이 세금을 한낱 국가의 권력에 근거한 강제적 수단으로만 치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동시에 납세자들은 어떻게 하든지 세금을 덜 내는 절세방안에만 관심을 가져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관점을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한 해 예산은 대략 120조 원쯤 됩니다. 여기에 통상 3-5조 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상례이므로 향후 5년간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약 650조원에서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권을 잡으면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며 동시에 수 천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물론 집권자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은 국회의 심의와 동의를 받아야 하고 중요한 자리는 인사청문회와 같은 거북한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자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예산과 인사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세금이 없으면 정부의 예산도 없고 나라의 사업도 없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세금인지라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여졌는지를 국회가 감시하고 감사원이 수시로 확인하는 통제장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처음부터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 첫째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많은 예산을 따야 자신의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행정 관료들로 하여금 매년 주어진 예산을 반드시 쓰도록 몰아붙이는 행정 풍토입니다.
실례를 들어 보자면 매년 12월말에 가까워지면 얼어붙은 인도를 깨부수면서 보도 블록을 바꾸거나 엄동설한에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공사는 국민의 세금을 축 내는 행위임을 잘 알면서도 예산을 다 사용하지 않았을 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쫓기듯 돈을 쓰게 됩니다.
또 다른 예는 국회의석 조정 문제입니다. 농어촌인구가 줄면서 인구 3만 명에도 못 미치는 군이 12개나 됩니다. 인구 5만 명에 못 이르는 군까지 친다면 무려 43개에 이릅니다. 반면에 인구팽창으로 인구 3만을 넘는 동은 420개나 됩니다. 이렇게 되면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선거구 조정 작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오마이뉴스 / 서재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