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타격' 우려…WTI 한주간 9.1%↑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도…"배럴당 200달러 갈 수도"
"유가 상승은 현 행정부에 독"…트럼프에 공격 무기 제공
"네타냐후, 트럼프 당선 등 유리한 정치환경 위해 공격 강행"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사진 로이터>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대응해 이스라엘이 석유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일주일 만에 9%가량 상승하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석유 시설 타격에 관해 이스라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한 직후 국제유가는 5% 넘게 급등했으며 이후에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브렌트유와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각각 8%, 9.1% 상승해 2023년 초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란은 하루 약 3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3%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 시장은 공급이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3% 미만의 공급 차질도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
아울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기반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가중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일일 원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주요 물류 병목 지점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유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냐르네 쉬엘드롭은 CNBC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면 유가에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추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다.
이 가운데 이같은 유가 상승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연구 및 정보 제공 기관인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올해 유가 시장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었으나 선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서 유가의 변동성은 현 행정부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미국 유권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소비자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승세가 바이든 행정부, 즉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단기적으로 급등한 유가는 외교정책을 국내 문제로 비화시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할 새로운 무기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로이터통신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동 긴장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트럼프의 재선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격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이 유리한 반면 이란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
다만 이날 유가는 장 초반 하락세로 시작했다.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5%(43센트) 떨어져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됐으며 WTI는 0.5%(35센트) 하락해 74.03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독립 시장 분석가 티나 텡은 "지난주 가격 급등 이후 이익 실현이 원인일 수 있다"며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보복 대응에 대한 우려로 시장을 계속 상승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