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韓中) 수교 20년, 중국의 큰손들이 한국의 채권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자금을 굴릴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그런데 채권시장이 개방될수록 국내 보험회사의 경영에도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들은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하는데, 채권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외국자본 유입까지 늘어나자 채권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탓이다.
국내 금융계의 한 전문가는 "향후 몇 년 안에 보험회사의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 채권시장 3번째 '큰손' 급부상…채권 운용 수익률 '하락' 우려돼 = 중국이 한국의 채권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것은 3년 전.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중국이 보유한 국내 채권 잔액은 11조1100억원으로,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또 올해 들어 중국이 국내 채권을 꾸준히 매수하면서 투자액은 룩셈부르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87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외환 보유를 늘리는 만큼 외환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고,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수월하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표면금리(수익률)가 내려갈 수 있어 자산 운용 수익률에 치명적이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이를 운용하고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투자위험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따라서 수익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경영에 부담이 커진다.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은 완전히 개방돼 있어 중국 중앙은행은 국내 채권에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5월 한·중·일 3개국이 '국채 투자 프레임워크(Framework)'에 합의하고, 국채 투자의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정보 공유를 하기로 해, 채권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역마진에 대출 연체까지, 보험회사 '이중고' = 문제는 이처럼 국내 채권이 중국에 넘어가면, 수신 금리가 여신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마진' 현상이 생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계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중국의 움직임은 분명 악재"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가 장기 대출을 하면서 발행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나, 담보에서 우선 변제가 되는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등의 발행이 활성화되면, 보험회사들은 채권 투자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큰 보험회사들도 자산 운용 수익률이 3~4%대까지 낮아지자, 비상 팀을 가동하거나 긴급회의를 여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일부 보험회사의 경우,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받는 보험계약대출(옛 약관대출)을 늘리려고 하지만, 가계경제 악화로 연체가 늘면서 이마저 뚜렷한 해법이 못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전체의 41.6%(7월 기준)를 차지하는 가운데, 전체 가계 대출 연체율(0.54%)은 한 달 동안 0.01%포인트 올랐다.
한편, 지난달 보험회사 대출 잔액은 107조9000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76% 증가했다. 늘어나는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은행권 대출을 규제하면서, 보험회사 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들어 100조원을 넘어섰다.
정신동 금감원 보험감독국 건전경영팀장은 "보험계약대출은 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부실화될 가능성이 낮지만, 가계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건전성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