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자본시장 세제 정상화 당연"
한국의 자본시장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주식 및 파생상품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 세제의 정상화 필요성과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식 및 파생상품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동안 파생상품시장을 포함한 우리의 자본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고 그 결과 주식과 파생상품시장이 모두 규모면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부상했다"며 "이렇게 성장한 자본시장에 세제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과거 지분율 3% 이상 혹은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의 대주주에 과세했던 것을 지분율 2% 이상 혹은 시가총액 7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또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낮은 세율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연 연구위원은 일부 시장에서 주식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과세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소득이 존재하는 곳에는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때 일부 증권 자본이득에 대한 비과세는 수직적, 수평적 형평성을 저해하게 된다"며 "형평성 차원의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본시장의 추가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파생상품 거래세를 3년간 유예해 2016년부터 적용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발표됐는데 실제 그 정도의 기한이면 주식과 파생상품 자본이득 과세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정 기간 시험운영을 해보는 등 실무적 준비를 완료하는 것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다만 그는 "증권 자본이득 과세가 애매한 지점에서 타협하기보다는 보편적 증권 자본이득 과세 체계의 전면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 연구위원은 "이번 과세의 확대 대상에는 지배주주뿐 아니라 재무적 이익 관점에서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자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전략적 투자자들은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 차원에서 중요한 견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거에 주식과 파생상품 시장 전반에 걸쳐 자본이득 과세 체제로 전환할 경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도입방식에 따라 그 충격의 정도는 얼마든지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 연구위원은 "우선은 낮은 세율에서 시작해 시장의 반응을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세율을 조정해나갈 수 있다"며 "증권 보유기간에 따라 차별적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장기투자에 대해 추가적 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소액 투자자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부과함으로써 도입초기의 조세저항을 낮출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주식투자 대체상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 자본이득 과세의 전면적 도입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수요 이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보편화될 경우 향후 주식 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연 연구위원은 "정부는 차제에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에 자본이득 과세를 전면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식과 파생상품에 대한 자본이득 과세가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과연 파생상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거래세를 부과해야 하는 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연 연구위원은 "거래세 부과 불가론이 세수 차원에서의 대안제시 없이 이루어짐에 따라 파생상품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과세도 불가하다는 주장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주식과 파생상품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이와 연계해 주식 거래세가 폐지된다면 결론은 180도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거래세가 폐지된 상태에서 파생상품에만 거래세가 부과되면 이는 또 다른 투자행태의 왜곡을 가져옴으로써 비효율을 촉발시키게 된다"며 “파생상품에도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