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법안소위 '결렬'…與野 "추가합의 없다"
26일 법안심사 소위 재개 예정
정부가 지난 9·10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야심차게 꺼내 든 주택 취득세 감면방안이 시행도 해보지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사실상 법안심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예정된 법안심사 소위 일정이 양당 의견 대립으로 전격 취소됐다.
여당은 정부가 제시한 원안대로 9억원 초과 주택도 취득세율을 50%(4%→2%)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9억원 초과 주택 취득세율을 3%로 이전보다 1%p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 대해 취득세율을 50% 감면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에 4%의 취득세율이 적용됐던 9억원 초과주택은 2%로, 9억원 미만 주택은 2%에서 1%로 낮추는 방안이다.
야당은 특히 9억원 초과 주택이나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취득세율을 2%로 낮추는 방안은 일부 자산가에 대한 특혜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득세율 인하수준이 9억원 초과는 2%p, 9억원 미만은 1%p로 세율인하 '역차별'이 발생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일례로 개정안대로 취득세율이 인하될 경우, 2억원짜리 주택은 세금 감면분이 200만원(400만원→200만원)에 불과한데, 20억원짜리 주택은 세금 감면금액이 4000만원(8000만원→4000만원)에 달한다.
같은 비율로 취득세율이 인하될 경우, 세율감면 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가 주택이 더 혜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에 야당은 이번 대책을 사실상 '부자감세'로 규정, 수정안(9억원 초과 4%→3%)으로 의결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협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한시적인 감세 대책인 만큼, 혜택을 축소할 경우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새누리당 행안위 간사인 고희선 의원은 "취득세 감면안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혜택이 적용되는 법안이므로 정부안대로 가야한다"며 "미분양 중대형 고가 주택도 일단은 거래가 되야 한다는 점에서 9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취득세를 50% 감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극한대립으로 자칫 대책 자체가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여권은 원안 가결을, 야권은 수정안을 주장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합의는 없다며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오는 26일 법안심사 소위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이나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합의는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취득세 인하 소급적용 문제도 골칫거리다.
당초 취득세 인하방안 합의가 늦어지더라도 양도세 감면법안일인 24일로 소급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이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행안위 의결일을 기준으로 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대립으로 정부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양도세 감면법안은 통과시켰지만 이보다 감세규모가 훨씬 큰 취득세 감면법안이 통과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정책 신뢰성을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양도세 감면법안으로 예상되는 세수감소 규모는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나, 취득세 감면조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은 7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업계 등을 중심으로 사실상 이번 대책의 중심은 취득세 감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전에 국회와 협의 없이 '설익은' 대책을 제시한 정부도 시장에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여야는 26일 법안 소위 심사일정을 다시 잡고, 이날 세부일정을 조율한 뒤, 상임위로 상정해 국회 본 회의일인 27일 이전에 논란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견차이로 넘어야 될 산이 많아, 감면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정부를 믿고 주택을 산 국민들만 대책 시행여부와 시행일을 고민하면서 가슴조리다가 골탕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