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양도세 감면, 본회의 통과…"서민 골탕?"

취득·양도세 법안, 표결로 본회의 가결

지난 10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취득·양도세 감면 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 추석 연휴 이후부터 전격 시행될 전망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취득·양도세 감면안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경우 투표결과 재석 175인 중 찬성 109, 반대 53, 기권 12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찬성 120, 반대 46, 기권 9명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날 취득·양도세 감면안이 국회를 전격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에는 여전히 혼란만 가득하고, 입주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합의도 없이 무책임하게 대책만 발표해버린 정부 덕분(?)에 감면안 시행은 보름 이상 연기됐고, 침체된 주택 시장은 더욱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부동산 부유층의 세부담만 줄여주는 부자감세라고 강력히 반대했던 정치권의 줄다리기로 감면안 시행은 보름 이상 미뤄졌고, 애꿎은 입주자들의 불안감만 계속됐다.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수정안에 따르면 취득세 감면의 경우 9억원 초과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반쪽 짜리 법안으로 전락했다.

특히 24일 거래분부터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한 여야 수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그대로 통과됨에 따라, 정부 대책을 모르고 미리 집을 샀던 서민들은 불과 며칠 차이로 수 백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할 처지가 됐다.

□ 설익은 정부 대책, "주택 시장에 혼란만" =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취득·양도세 감면 방안이 포함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계속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미분양주택 등에 대해 양도세와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전국 주택거래량은 5만6800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2%나 떨어진 수치로 주택매매 거래가 급감하며 부동산 시장 침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취득한 미분양주택에 대해 향후 5년간 양도세를 100% 비과세하고, 모든 주택 거래에 과세되는 취득세를 현행보다 50% 감면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주택 거래량을 올해 연말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대책이었지만,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택 시장은 오히려 더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서울권 아파트 실거래가를 조사한 결과, 지난 10일부터 17일 오전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시내 아파트 거래 건수는 17건에 그쳤다.

대책 발표일인 10일 이전에 서울권 아파트 거래 건수가 총 112건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9·10 대책이 주택 시장에 미친 부작용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가 '뚝' 끊긴 이유는 감면혜택의 적용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시 취득·양도세 감면 방안의 시행시점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날로 정했다. 대책은 10일 발표했지만 세금 감면은 언제 합의될지 모르는 여야의 법안 심사가 종료되는 날로 설정, 주택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대책을 발표할 때까지 야당 측과 아무런 협의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섣부르게 발표한 대책은 결국 주택 시장의 '대란'(大亂)으로 이어졌다.

□ '부자감세' 논란으로 연기, "결국 피해는 서민들에게" =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취득·양도세 감면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한데 대한 일종의 '괘씸죄'였다.

특히 야당은 9억원 초과 미분양주택에도 양도세 100% 감면을 적용하고,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에게도 취득세를 절반이나 깎아준다는 정부 대책을 명백한 '부자감세'라고 지적하며 공세를 계속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추석 이전에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희망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더욱 거세졌다.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안을 심사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는 보름 가량이나 여야 의원들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했다.

여야 의원들의 비생산적인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동안 주택 구입자들과 입주자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두고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던 서민들은 집주인에게 사정해 잔금청산일을 국회 상임위 통과일 이후로 미루고 연체이자까지 물었다. 예정했던 입주일을 차일피일 미루며 불안정한 생활을 계속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상당했다.

주택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결국 여야 의원들은 수정안을 내놨다. 당초 정부의 원안은 부자감세 비판에 눌렸고, 9억원 초과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혜택을 차등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여야는 수정안을 통해 양도세 감면의 경우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비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의 경우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에게도 감세혜택이 돌아갔다.

9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율을 현행 2%에서 1%로 감면하고,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주택에는 2%, 12억원 초과 주택에는 3%의 취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취득세 기본세율이 4%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주택 및 다주택자들에게도 종전과 비교해 최대 2%의 세금감면 혜택이 적용되는 셈이다.

'부자감세' 논란으로 취득·양도세 감면안 시행이 보름 동안이나 연기됐지만, 결국 부동산 부자들에게도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꼴이 됐다.

□ 취득세 감면, 24일 '잔금청산일' 기준…"먼저 집사서 손해?" = 한편 취득·양도세 감면 법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를 사전에 알지 못한 입주자들의 억울함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와 함께 지난 10일 이전에 주택을 매입한 국민들은 불과 며칠 차이로 수 백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할 처지가 됐다.

여야 의원들은 양도세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지난 24일로 취득·양도세 감면혜택의 적용시점을 못 박았다.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있기 전에 집을 샀던 선의의 입주자들은 단지 집을 일찍 샀다는 이유로 세금 감면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향후 5년 이내에 집을 팔 때 내야하는 양도세와 달리 집을 사고 당장 납부해야 하는 수 백만원에 달하는 취득세를 한 푼도 감면받지 못한 채 전액을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당초 대책 발표대로 잔금청산일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감면해주기로 한 점도 문제다.

국회를 통과한 수정안에 따르면 24일(포함) 이후 잔금을 지급한 주택에 대해서만 취득세 감면이 적용된다. 하지만 미리 등기를 마치고 취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 잔금을 아직 청산하지 않았던 입주자들은 세금을 한푼도 감면 받지 못하게 됐다.

현행 지방세법상 주택 취득일은 잔금청산일을 원칙으로 하되, 잔금청산일보다 등기일이 빠를 경우 등기일을 취득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일 열렸던 국회 행정안전위윈회에 참석해 내뱉은 말이 화근이 됐다. 맹 장관은 이날 취득세 감면시점에 대해 입주자들이 잔금청산일과 등기일 중 하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잔금청산일을 기준으로 감면혜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발표 이전에 잔금을 청산한 입주자들을 중심으로 등기일로 감면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맹 장관은 잔금청산을 미리 마친 국민들의 경우 취득세 감면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는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잔금을 치른 사람들에게 혜택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두 날짜 중 빠른 날짜로 하되, 잔금청산일과 등기일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맹 장관의 발언을 믿고 등기일을 미뤄왔던 입주자들은 결국 등기만 하지 못한 채 세금은 고스란히 납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10일 이전에 아파트 잔금청산을 마쳤다는 입주자는 "장관 말을 믿고 혹시나 해서 등기를 미뤄왔다"며 "잔금청산일과 등기일 중에서 입주자들이 주택 취득일을 선택해 더 많은 입주자들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방세 행정을 총괄하는 행안부에 따르면 등기일을 취득세 감면 적용시점으로 선택할 수 있게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세운영과 관계자는 "지방세법상 주택의 취득시기는 잔금지급일이 원칙이며 잔금지급일 이전에 등기한 경우 등기일이 취득일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감면 대상은 24일 이후에 잔금을 지급한 경우가 해당되고, 23일 이전에 잔금을 지급했거나 등기를 한 경우는 취득일이 23일 이전이 되므로 감면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섣부른 대책 발표와 정치권의 법안 심사 연기의 피해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되기도 전에 정작 감세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들이 취득·양도세 부담으로 떠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