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웅진그룹이 계열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를 26일 신청했다. 대규모 부채의 부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 손실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보고 있다.
웅진그룹, 금융권 차입금 4조3000억원
금융권, 웅진그룹 '모럴 헤저드' 맹비난
업계 "3~5개 대기업 조만간 자금난 가시화"
26일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 계열사의 금융권 차입금이 4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27일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은행권 차입금은 우리은행(4886억원), 신한은행(3022억원), 하나은행(2898억원), KDB산업은행(2518억원) 순이며, 저축은행·캐피털·보험회사·금융투자회사를 합해 1조2000억원의 차입금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발행된 150억원의 어음은 26일 일자로 2차 부도 처리가 됐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외에도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웅진에너지 및 웅진폴리실리콘의 금융권 신용공여는 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 웅진홀딩스 1조1400억원, 극동건설 1조1151억원(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포함), 웅진에너지 3072억원, 웅진폴리실리콘 3952억원이다.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은 각각 완성품과 기초 부품(잉곳, 웨이퍼 등)을 만드는 업체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현재 웅진그룹은 이들 태양광 계열사의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의 태양광 업체들 중 90%가 도산할 정도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이 계열사들에 대출한 금융회사들은 1조2000억원을 더 충당해야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포함해 1조원의 차입금도 부실 처리될 것으로 보여, 상당수의 개인 및 법인 투자자 손실도 우려된다.
한편, 금감원과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 25일까지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협의하고 있었지만, 기업회생절차가 신청될 것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25일 1차 부도가 난 뒤 어제(26일)부터 웅진 측과 연락이 두절됐는데, 이때까지 기업회생절차가 신청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고의로 주식을 매각했는지, 부당거래의 진위 여부를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바로 전날 이사회가 열려 윤석금 회장이 웅진홀딩스 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 전략적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의 차입금(4100억원)을 지급보증 했는데, 극동건설의 만기어음 상환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 정지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웅진그룹이 채권 은행과 협의 없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논란도 일고 있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는 주주의 재산권 행사와 기업의 권리 보장을 위해 자율 규정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 금융시장이나 거래 업체들에 그 피해가 미치는 만큼, 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현재 웅진그룹의 기업회생절차로 금융권 손실은 약 2조5000억원이 예상된다. 또 1200개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과 2953억원의 상거래 채권이 회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벽산건설·남광토건·풍림산업·우림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삼환기업의 경우에도 이러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김진수 국장은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한 법 개정은 법무부 소관으로 현재 건의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및 산업계는 웅진그룹 외에 3~5개 대기업의 자금난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