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들이 사 모은 고가 미술품들 = 왼쪽부터 쿠사마 야요이 作 'Fallen Flower'(1억2000만원), 히로토 기타가와 作 'Rinka Suoh'(4000만원), 장승업 作 '영모도'(7000만원).
국세청, 체납자 집·사업장 수색…고가 미술품 '압류'
"고의적 체납자 끝까지 추적, 체납세금 징수할 것"
#1. 소아과 의사인 A씨는 병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수 년째 내지 않은 악성 체납자. 참다 못한(?) 국세청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은 체납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그의 집을 수색한 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집에는 배우자 명의로 수입한 7억원 상당의 이조 백자(도자기)와 오원 장승업이 그린 7000만원 상당의 '영모도'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추적팀원들은 도자기와 그림을 압류 조치했다.
#2. 개인사업자 B씨도 세금을 오랫동안 안내기는 마찬가지. 특히 그는 세금납부 여력이 충분함에도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고 결국 무한추적팀은 치밀한 추적 끝에 그가 미술품 전문 수장고에 9000만원 상당의(전광영 作 '집합') 그림을 보관하고 있던 것을 찾아 압류 조치했다.
#3. 유흥업소 사장 C씨의 고상한 취미(?)는 무한추적팀 추적 끝에 밝혀졌다. 그는 수 십억원의 체납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그의 가족들이 해외를 빈번하게 출입했다는 사실을 수상히 여긴 무한추적팀이 그의 집을 수색한 결과 배우자 명의로 프랑스 유명 악기상에서 1억2000만원 상당의 명품 악기(장 밥티스트 뷔욤의 'Cello')를 소장하고 있던 사실을 찾아내 압류 조치했다. C씨는 더 이상 이 첼로를 연주하거나 감상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국세청이 지난 2월 발족한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의 체납세금 징수 행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넓고 정교해 지고 있다.
국세청은 일부 체납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국내 유명 미술품 경매회사 등으로부터 미술품 등을 직접 구입하거나 외국에서 수 억원대의 미술품, 악기, 골동품 등을 수입한 정황을 포착, 9월 중 이들의 집과 사업장에 대한 수색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그 결과 국세청은 총 30명의 체납자들이 숨겨둔 미술품 등을 적발, 23점을 압류 조치하고 취득·양도대금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지 국세청 징세과장은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미술품 등을 구입해 은닉·매각, 체납추적을 교묘히 회피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체납자들이 내야 할 세금은 내지 않고 몰래 수집한 미술품, 악기, 골동품들은 수 천 만원에서 수 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체납자는 자신이 소장한 미술품(이우환 作 '조응'-1억원 상당)을 지키기 위해 국세청이 압류에 착수하자 즉각 체납액 수 억원을 전액 일시납 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의 세금체납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닌, 고의에 의한 체납인 셈.
국세청은 이에 따라 고액·상습체납자의 생활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미술품과 골동품 뿐만 아니라 고가의 동산(動産) 등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 징수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앞으로도 재산이 있으면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고의적 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해 체납세금을 징수하는 한편 체납처분 면탈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