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표밭' 가느라 국감 뒷전…"세비 아깝다(?)"

국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

1년 중 딱 한번 있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초선 의원이든 다선 의원이든 상관없이 너도나도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로 올라서기 위해 동분서주를 거듭한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에 대비해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매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

특히 자신이 모시는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보이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 보좌진들은 국정감사에서 행정부의 간담을 서늘케 할 아이템 마련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다. 추석 연휴도 이들에게는 언감생심.

그렇다면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어떻게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을까.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격전이 벌어지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하지만 이들은 빡빡한 대선행보로 인해 국정감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 저곳 갈아야 할 표밭이 많기 때문으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할 때 국정감사 기간(20여일)이 아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국감이 열리기 전날인 4일 울산시를 찾아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또 저녁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문 후보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10·4 선언 5주년을 맞이해 특별 대담을 갖고 저녁에는 부산으로 달려간다. 또 영화인과의 만남도 갖는다.

이 같은 강행군 속에 당장 5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 준비를 하기란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 수준이다. 이미 두 후보가 총선에 나설 때부터 대선후보로 거론된 만큼 이들의 행보는 대선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문 후보는 기획재정부 등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했다. TF팀 운영현황과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 기재부 신규사업 현황, 비위직원 조치 내역 등 8건 정도의 자료를 요구했다.

최소한의 준비는 한 셈. 그러나 문 후보가 실제 기재위 일정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선 안개 속이다. 보좌진들은 "후보 일정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박 후보가 피감기관인 기획재정부에 단 한 건의 자료도 요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의 무게는 덜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참석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박 후보의 참석여부 또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선대위와 당내에서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당직자 혹은 공보 담당자들도 박 후보의 국정감사 참석 여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민주화와 부자감세 혹은 복지재원 마련 문제로 꼭 기획재정위원회에 들어가고 싶다던 두 후보의 앞선 발언이 이미 무색해졌다.

특히 여야가 상임위원장 협상 당시 기재위원장 자리가 야당의 몫으로 간다는 소문에 박 후보가 "내가 기획재정위원회에 들어갈텐데 야당 상임위원장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야당의 한 의원은 "차라리 의원직을 내놓는 것이 낫겠다"며 "국감이 다 지나고 의원직을 내놓으면 무엇하겠느냐. 대선 때까지 세비를 받겠다는 심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한 달에 받는 세비는 1150만원이다. 수당과 입법활동비 등을 합치면 1년에 1억3800만원을 받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억대연봉.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맡겨진 일(국정감사 등)을 잘하라고, 국민이 호주머니를 털어 주는 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