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를 판매한 은행들의 피해 배상 문제가 정치권에도 확산되고 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을 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대량의 가입자에 피해를 입힌 바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를 실시한 가운데,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증인 및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재하 동양기전 사장은 "미국과 독일의 법원은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에 사기죄를 적용하고, 피해액 전부를 배상하도록 판결했지만, 한국의 정부와 금융 당국은 판매 실태 조사마저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 법원에서 인용한 문장(시의 단어를 읽은 것은 시를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을 예로 들어,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키코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은행의 영업 직원과 담당 임원이 구두계약을 맺은 뒤 임의로 사인이 돼 계약이 이뤄졌는데, (제가)직접 사인을 한 적이 없는 계약이 많았다"며 "은행이 실수를 할 수 있고, 양쪽 다 피해자일 수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법원 판결이 미뤄지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 쓰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기업인 엠텍비젼은 스마트폰 장비 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키코 가입 이후 730억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최근 법원이 일부 은행들에 키코 피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판결을 내렸지만, 결심(結審)까지 긴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커지는 상황.
7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은, 소송 진행 도중 피해 배상을 포기하거나 은행의 회유에 제소를 취하한 바 있다.
한편, 키코는 일반적으로 환헤지 상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옵션에 따라 환헤지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이날 국감에서는 은행권과 일부 국회의원의 태도에도 지적이 일었다.
리차드 힐(Richard Hill) 한국SC은행장은 "고객이 키코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했을 뿐, 직접적인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고 해명했다.
한 참고인의 경우, 김정훈 정무위 위원장에 의해 증언이 가로막히기도 했다. 그는 "신한은행 지점장이 사적인 식사 자리를 마련해 키코가 손해를 입었으니 '물타기'를 해야 한다고 권유하면서 다시 가입을 했다"고 털어놨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이종걸, 민병두 의원은 감사원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키코 판매 실태를 전반적으로 검사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