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위원회 가동…유럽 4개국 대사 면담 '광폭 행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광폭 정책행보를 보이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야권후보 단일화 시기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두 후보 모두 승부수를 띄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단일화 시기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문 후보가 택한 방법이 바로 정당 책임정치 하의 정책 시행이었고 그 중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 복지국가 정책이었다.
복지는 이미 2년 전부터 사회적 화두로 제시됐지만 경제민주화에 밀려 잠시 주춤했었다. 문 후보는 그 보편적 복지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다만 명칭은 보편적 복지 대신 '복지국가'를 택했다. 보편적 복지는 보수 진영의 선택적 복지와 반대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이념 갈등의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일단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진보 진영 쪽이 승리한 듯하지만 변수는 안 후보였다.
안 후보가 보수와 진보, 그 어느쪽에도 쏠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지고 중도층을 흡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버금가는 지지율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부자증세와 보편적 복지는 좌편향에 가깝다는 이미지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는 높은 지지율을 가진 안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해야했고 안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무소속'이란 점이었다. 이미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를 시작해 전방위적으로 정당 책임정치를 강조하고 나섰고 문 후보는 이 같은 행보에 본격 돌입했다.
9일 복지국가 구상을 위한 복지국가위원회를 가동시키고 유럽국가의 대사들을 만나 선진국 복지국가 모델에 대해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문 후보는 여기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곧바로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캠프라면 으레 선거 공약을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캠프에서 만드는 정책이 단순히 공약이 아니라 바로 시행에 옮길 수 있는 집권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 후보가 노리는 점이었다. 집권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국민적 합의는 물론 국회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무소속인 안 후보는 국회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국회의원 300명을 다 찾아다니며 동의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정당에 속해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당이고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결국 문 후보는 정책 집행 가능성과 시행 능력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복지정책 행보로 보여준 것이다.
다만 이런 노림수가 민심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구체적으로 나오는 정책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은 만큼 문 후보가 섣불리 정책 이슈를 선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안 후보에게 자극이 된 것은 사실처럼 비춰진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한 행사장에서 "이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수 있다"고 큰소리로 답변,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