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신뢰 지키기 위해 불공정거래 적발 최선
"마늘·석회석처럼 보석 간직한 사람되고 싶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세계증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2.05%(9828억 달러)를 기록, 시가총액 순위 16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루에 6조원 이상의 주식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ETF(상장지수펀드)시장의 경우 지난 2002년 처음 시장이 형성된 이후 10년만에 자산 규모는 39배, 거래규모는 17배가 증가했다.
이처럼 한국 자본시장의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오며 최근에는 파생상품거래세 도입 등이 추진되는 등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며 투자자의 피해가 확산되자 이에 따른 시장감시 기능도 강조되고 있는 상황.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금융분야에서는 드물게 금융은 물론 조세와 국제경험까지 두루 갖춘 '멀티 인재'로 통한다.
그는 이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하루가 다르게 부쩍 성장하고 있는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고 불공정거래를 뿌리뽑는 '자본시장 지킴이'로 주목받고 있다.
■ 망망대해 자본시장, 방향타 제시 = 거래소에서 시장감시위원회는 망망대해와 같은 자본시장에서 방향타를 제시해 주는 등대와 같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파생선물시장의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매매거래 질서를 감시하고,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권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임무도 위원회의 몫이다.
김도형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것은 바다 위에서 페트병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자본시장 감시에 있어 긴장을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선량한 다수의 투자자들이 암초와 같은 불공정거래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
대선을 앞둔 최근에는 정치테마주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시장감시위원회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그렇다면 망망대해와 같은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를 찾아내기 위한 특별한 노하우는 있을까?
김 위원장은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은 바다위에서 페트병을 찾아내는 것처럼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불공정거래 행위를 추적해 내는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개발해 대처한다면 효율성은 제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에서는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체계, 불공정거래로 손해를 본 선의의 투자자들의 민사적 구제방안, 전산 관련 증권분쟁의 해결방안 등에 대해 수시로 토론회를 열어 열심히 귀동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
거래소는 지난 3월 투자경고 위험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매매거래정지가 조기에 발동될 수 있도록 이상급등 종목에 대해 내리는 시장경보제도를 개선했다.
또 정치테마주와 관련 사이버감시반을 통한 집중적인 모니터링, 신속한 이상거래 조사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신속하게 색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지키는데 무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불공정거래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작전꾼 등 불공정행위자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이를 돕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멀티 경험’, 공정과 신뢰로 꿴다 =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김 위원장은 지난 1978년 공직에 입문해 33년여 동안 금융, 조세, 국제분야에서 다양한 '멀티 경험'을 쌓은 인물.
그는 1956년 충북 단양 출신으로 지난 1979년 충주세무서에서 총무과장으로 조세분야와 인연을 맺은 이후 재무부 국고국과 증권국을 거쳐 주태국대사관 재정경제관을 지냈다.
또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 재산세제과장을 역임한 뒤 대통령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국정운영을 도왔으며,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재정경제부 조세기획심의관과 조세정책국장을 지냈을 정도로 세무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3년여간 세계은행 대리이사를 지낸 뒤 지난해 5월부터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거래소 임원은 다수 있어도 그처럼 조세와 국제경험까지 두루 섭렵한 인물은 드물다.
그의 이 같은 다양한 경험은 ‘공정과 신뢰’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금융과 조세는 결국 공정이라는 잣대와 신뢰라는 뿌리가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
그는 과거 조세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바 있다.
그가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으로 있을 당시 미국과 맺은 조세조약에서 부동산으로 보는 주식에 대한 과세권에 관해 합의문을 작성한 것이 후에 론스타에 대한 과세의 주요 근거가 됐다.
또 국세청이 ‘과세품질 관리’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해 부실과세를 축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 대목에서도 그의 노력은 가미됐다.
과세전 적부심 등 불복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청구인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세법을 해석하기 위해 법규과를 신설한 것도 과세품질 제고를 위한 일환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가 세제실에 있을 당시에는 특정재벌에서 편법상속증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여세 유형별 포괄주의 제도도 도입됐으며, 입양에도 출생과 같이 소득공제를 하도록 하고 사회적 기업과 미소금융에 대한 세제지원제도 마련 등 '따뜻한 세제'를 만드는데도 공을 기울였다.
이 같은 모든 노력에는 '공정'과 '신뢰'라는 원칙이 깔려 있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 임무 역시 이 같은 기본 철학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그가 지난 2001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근무할 당시 경제분야의 중요 상황들을 직보라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원칙이 바탕이 됐다.
그는 최근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거래소 직원들에게 관련 세법을 배우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세금 회피의 목적으로 특수관계자끼리 시가보다 현저하게 높거나 낮게 거래하는 통정·가장매매를 찾아내 과세당국에 과세자료로 넘겨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과 조세분야의 전문가라는 말에 수줍은 듯 손사래를 친다.
그는 "영화 대사입니다만 '누구나 한 자리에 있다 보면 자리가 그 자신의 모습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제가 금융과 조세분야에 오래 일을 했다고 해서 전문가라는 말을 붙여 주는데 조세·금융 분야는 그 범위와 깊이가 가늠이 안 되는 바다와 같아서 여기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에 인문학과정을 통해 안동선비문화 등을 체험하고 정경아카데미에서 한국의 정치 등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위해 더욱 부지런히 뛸 것을 약속했다.
그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투자자들이 신뢰를 갖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시장경보, 조회공시 예방조치 등을 내실있게 운영할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의 유혹에 빠질 우려가 높은 위탁자들에 대한 교육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석회석과 마늘이 롤모델? = 그의 핸드폰에는 생뚱스럽게도 '석회석'과 '마늘'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그의 고향인 충북 단양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단양 마늘과 석회석인 것.
이 같은 단어가 단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그의 마음을 다잡는 중요한 단어라고 소개할 때는 엉뚱하기까지 하다.
김 위원장은 "마늘을 하찮게 여기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에 마늘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며 "제가 남들에게 내세울 게 없지만 찌개에 들어가는 마늘과 같은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자는 의미에서 마늘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회석은 시멘트를 만드는 주요 원료로 가공을 하면 침강성탄산칼슘이라는 제품으로 재탄생되는데 이것은 약이나 화장품 재료에 들어가는 고급재료라는 것이 그의 설명.
마찬가지로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그 안에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공직생활 때부터 가슴 속에 새겨온 단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33년 금융·조세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오며 지난 1985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전국에 방치되어 있는 국유재산을 찾아내 근정포장을 받고, 2008년 조세의 날에는 홍조 근정훈장까지 받은 그에게 '석회석'과 '마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고백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여의도 전체 증권업계가 어려운 상황으로 거래도 위축이 되고 연말까지는 대선 국면이라 이런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희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는 인물로 남고 싶다는 것"이라며 울림있는 고백을 전했다.
[약력]
▲1956년 출생 ▲1978년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0년 Iowa State University 대학원 경제학 석사 ▲2003년~현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
▲1978년~1984년 국세청 충주, 청주, 강남세무서 과장 ▲1984년~1988년 재무부 국고국, 장관비서실 사무관 ▲1990년~1992년 재무부 증권국 사무관 ▲1992년~1996년 주태국대사관 재정경제관 ▲1996년~1998년 국회 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조사관 ▲1998년~2001년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 재산세제과장 ▲2001년~2003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2003년~2005년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2005년~2006년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2006년~2007년 재정경제부 조세기획심의관 ▲2007년~2008년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 ▲2008년~2011년 세계은행 대리이사 ▲2011년~현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