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 직원들이 일부 납세자들의 금융거래를 담당 국장의 승인도 없이 몰래 조회·조사하는 등 금융조회권이 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경기도 수원시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열린 서울·중부국세청 국정감사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세청 금융거래정보 조회권 남용 적발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에서 2007년 및 2008년 사업연도에 걸쳐 총 599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 총 1984개 업체의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금융거래정보 보호와 세무공무원들의 금융조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세청 조사사무처리규정에 따라 금융거래 현지확인의 사유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조사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세무공무원들은 납세자의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을 받아야하며, 금융거래 현지확인 승인의 경우 조사국장의 전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중부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총 48개 업체의 금융거래를 담당 조사국장의 승인 없이 임의적으로 조사했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서울·중부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한 1984개 업체 중 164개 업체에 대해 조사국장으로부터 승인 받은 조회대상 기간을 마음대로 확대, 납세자 금융거래정보를 지속적으로 조회한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국장들도 총 379개 업체에 대해 조사대상 과세기간 외의 사업연도까지 금융거래 현지확인을 확대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국 직원들은 총 585개 업체에 대해 조사대상 사업연도가 아닌 과세기간의 금융거래정보까지 임의로 조사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 감사 이후 국세청에서 금융거래정보 조회를 반드시 조사국장 승인을 통해 실시하고 있지만, 조사국장이 형식적으로 조사대상 과세기간 확대조회를 100% 승인해 주고 있다"며 "금융조회권 남용을 방지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의원이 이날 함께 발표한 '최근 3년간 국세청 금융거래조회 승인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세무조사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금융정보거래 조회 건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세무조사 대상 업체들 중에서 금융정보거래를 조회한 업체 수가 2009년 1010개(19.1%), 2010년 1305개(20.1%), 2011년 1874개(28.4%) 등으로 늘어났다.
중부지방국세청도 같은 기간 금융정보거래 조회 업체 수가 2009년 926개(17.2%), 2010년 1190개(17.5%), 2011년 1532개(23.6%) 등으로 급증했다.
이 의원은 "세무조사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행정편의적 금융거래정보 조회권 남용은 납세자 권리침해 소지가 높다"며 "금융거래정보 조회시 신중을 기하고, 내실있는 검토를 통해 조회 승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