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민주화, 내용 없이 떠드는 거 아냐"

"'줄푸세', 경제민주화와 실질적으로 같을 수 없어"

"증세, 복지수요 늘면 그 때 논의해야"…'공정거래' 관련 법 우선 논의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6일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비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머지않은 장래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내용 없이 경제민주화만 떠드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것이 논쟁이 많고 거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지금 나타나 있지 않다. 얘기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지금 이런 구체적인 이슈를 제공하게 되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상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 "당내 문제도 그렇고 외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여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거기에다 조금 더 얹어서 강력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김무성 총괄선대위본부장의 '부유세'주장에 대해 '증세'보다 '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재정에 감세한 부분들을 이제 정리할 때"라며 "정리하면 자동적으로 재정부담, 조세부담율이 조금은 올라간다. 조세부담율 1%가 늘어나면 실질적으로 재원이 한 12조 정도 충분히 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증세라는 건 세율을 올려야지 증세가 되는데 나중에 복지를 하다 복지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그때 가서 증세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세개혁과 관련해서는 "지금 굉장히 누더기 세제 비슷하게 복잡다단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 우리나라에 세입의 효율을 증가시키려면 세제개혁을 반드시 이룰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1차적으로 예산구조와 앞으로 조세제도를 어떻게 할까 하고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의지가 표명돼야 5년 동안 통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이라는 것이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줄푸세', 경제민주화와 실질적으로 같을 수 없어"

= 또한,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 공약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7년 전에 박근혜 후보와 지금의 박근혜 후보는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줄푸세는 당시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이었고, 자문 하시는 분들이 전부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그동안 본인도 세상의 변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사고의 전환도 해서 스스로가 적응을 했기 때문에 당의 정강정책도 바꿨고 대선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해야겠다고 하기 때문에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실질적으로 같을 수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당내 줄푸세를 포기하지 못한 분들이 많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새누리당이 워낙 보수정당으로서 과거에 안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대선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에 대해서 반기를 들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대선 전 최소한 두 개 이상의 경제개혁 입법 주장과 관련해서는 "지금 구체적으로 뭐라고 얘기를 드릴 수가 없다"고 구체적 법안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어 "대선 후보자들이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분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되리라고 본다"며 "특히 공정거래와 관련해서 조그만 법의 손질은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 진짜 중소기업이나 소상인 등이 피부에 닿을 수 있는 것들은 큰 마찰 없이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정거래 관련 법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 "안철수 입장에서 '위원회' 발상밖에 할 수 없어" = 경제민주화 정책 중 논란이 되는 재벌개혁과 관련,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 위원회'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는 그런 위원회 발상밖에 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국회 의석이라는 게 지금 송호창 의원이 그쪽으로 건너가 한 사람밖에 없는데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했을 때 어떤 방편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청와대에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토론을 거쳐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에 대해 의구심이 여전하다며 토사구팽당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선 때까지는 박 후보에게 조언도 하고 돕는 역할을 하겠지만 대선 이후에는 별로 거기에 대해서 집착을 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라며 "토사구팽을 당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변화하는 국민의 의식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운영하다 결국  정권이 다 실패했기 때문에 저는 실천을 얼마나 할 것이냐, 박 후보 의지에 달렸다"며 "자기는 한번 약속한 건 꼭 실천하겠다고 국민에게 내세웠기 때문에 안 하면 결국 금방 국민이 뒤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