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단기 자산 운용 상품에 몰리면서 정부가 규제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단기 자산 운용 상품은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지만, 갑작스럽게 환매가 이뤄질 경우에 현금의 대량 인출로 금융회사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단기 자산 운용 상품은 MMF(머니마켓펀드)를 비롯해 이와 유사한 MMW(랩어카운트), MMT(특정금전신탁) 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고, 내년 7월부터 규제 강화를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개정 내용에 따르면, 대량 인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은 MMF 재산의 일정 비율을 유동성으로 보유해야 한다.
투자 자금의 회수 기간을 나타내는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 한도는 현행 90일에서 60일 정도로 축소된다. 듀레이션은 채권의 이자율 위험을 나타내는 척도로서,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커진다.
MMW와 MMT 등 유사 상품의 경우 MMF 수준으로 규제가 강화된다.
MMW와 MMT는 MMF와 비교해 규제가 적은 편인데, 판매 단계에서 투자자 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
상위 2개의 신용 등급까지 편입 자산이 제한되고, 만기가 3개월 이상 긴 자산은 편입될 수 없다.
유동성 보유 비율은 만기 1일 이내의 자산 10%, 7일 이내의 자산 30%로 MMF와 똑같이 적용된다.
한편, MMF·MMW·MMT의 시장 규모는 2009년 123조원에서 2010년 107조원, 지난해 100조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들어 급증하면서 8월까지 132조원을 기록했다.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경우 금리 변동 등 시장 충격에 의해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
김용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금융시장이 침체되면서 금리가 낮아진 상황인데, 향후 금리가 정상적으로 인상되면서 MMF 등 환매가 증가하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찍이 감지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의 규제 강화를 추진해왔으며, 이에 한국 정부도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