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PA, 현대·기아차 공인연비 27MPG에서 26MPG로 낮춰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산 양상… 8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11월 주식시장이 열리자 마자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대규모 리콜설이 나돌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일 자발적으로 미국에서 공인연비를 하향조정하고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승인한 연비측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판매모델들의 평균 연비가 일부 높게 산출됐다고 시인했다. 이와 함께 잘못된 연비로 인한 구매자들의 추가 비용을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미 환경보호청은 현대·기아차의 평균 공인연비를 27MPG(1갤런당 주행 마일 수)에서 26MPG로 낮췄다. 공인연비를 평균 3.8% 깎아내렸다.
27MPG를 한국식으로 환산하면 리터당 연비는 11.4km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26MPG는 리터당 11.0km로 환산된다. 결국 현대·기아차는 리터당 400m를 과대 표기한 탓에 판 차량대수와 해당 년수만큼을 곱해서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 아반테 (미국 수출명 엘란트라)
연비하향 대상 모델은 현대·기아차의 미국판매 모델 가운데 13개종의 2011년형, 2012년형, 2013년형 모델로서 지난달 말까지 판매한 해당 연식 차량들 가운데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90여만대 수준이며 현대차가 60만대, 기아차가 30만대에 달한다.
현대차의 경우 엘란트라, 액센트, 아제라, 제네시스, 투싼, 벨로스터, 싼타페, 쏘나타 HEV 등이 포함됐다. 기아차는 리오, 쏘렌토, 소울, 스포티지, 옵티마 HEV 등이 해당된다.
이들 모델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싼타페 2.0L 2WD 트림이 최대 8%까지 하향조정됐다. 기아차는 소울 2.0L 자동의 공인연비가 29MPG에서 25MPG로 13.8%나 하향조치됐다.
EPA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공인연비 하향조치 모델 수는 현대차가 많지만 하향조정 폭은 기아차가 더 큰 양상을 띠고 있다.
◆…자료 : 미국 환경보호청
■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산, 8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갈수록 부담
문제는 현대차가 내놓은 보상안에도 불구하고 연비 파문이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의 발빠른 사과조치 덕분에 수그러들듯한 연비과장 파문이 돌연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현대ㆍ기아차주 23명으로 구성된 원고단은 현대차그룹측의 보상안을 거부하고 지난 6일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에 7억7500만달러(한화 8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대·기아차는 연비가 하향 조정된 미국 내 판매 차량 90만대와 캐나다 17만2천대에 대해 차량 주행거리, 연비 차이, 해당 지역 연료가격을 토대로 보상하고 소비자 불편 보상 비용 15%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연비 조정으로 해당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되팔 때의 가치가 하락했다며 이에 따른 보상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미국에서 판 90만대와 캐나다에서 판매한 17만2000대를 추가해 대당 88달러를 배상할 것을 고려했다. 여기에 위로금 15%를 더하면 101달러 수준이 된다. 이에 따른 보상금은 현대차가 4000만달러, 기아차가 5000만달러 상당으로 예측했다.
현대·기아차는 연비과장으로 인한 보상금이 연간 1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며 이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연비과장 파문에 우려의 눈길을 보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실제 비용차이를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지불해야 할 전체 보상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면서 “운행거리, 보유기간, 가솔린가격 등을 고려할 때 2천억~7천억원 수준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소비자 집단소송 문제가 불거지자 더욱 조심스런 견해가 나오고 있다.
집단소송 규모가 8500억원 규모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예상했던 연간 1천억원 수준을 훨씬 뛰어 넘고 있어 재무관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소송 패소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기존 예상보다 손해배상 규모가 커질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다른 차주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 김용수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충당금을 늘려야 할지 모르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차량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