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은행들 손쉬운 수익만 추구한다"
은행장 "서민금융 확대조치 부작용 있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시중은행장들과의 대화에서 "국내 은행권이 손쉬운 수익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1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은행회관에서 '따뜻한 금융 따뜻한 경제'를 주제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후보는 "IMF 구제금융, 카드사태, 글로벌 경제위기 등 성격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금융위기다"며 "(새롭게 출범할 정부도)가계부채 등 해법을 찾지 못하면 금융발 경제 위기와 함께 출발할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은행권에서 사회공헌이나 서민금융 확대 등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손쉬운 수익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금융소비자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실은 국민이 보고 이익은 금융사와 대기업이 챙긴다는 비판도 국민들에게 있다"며 "이런 면에서 금융 개혁방향을 금융민주화와 금융선진화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금융민주화는 금융소비자를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 사실상 금융소비자 위에 군림해 온 금융회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금융선진화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 법제 개편 등을 들었다.
문 후보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이른바 '피에타3법'으로 불리는 ▲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등의 제정을 강조하는 한편 금융감독체계도 이원화 해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기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그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금산분리 강화, 금융회사 대주주의 동태적 심사 강화 및 낙하산 인사 관행 철폐 등도 강조했다.
문 후보는 "포용적 금융을 만들어 합당한 금리로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민전담 은행을 만들겠다"며 "새마을금고, 신협, 조합형 금융 등이 지역이나 서민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금융으로 인해 삶에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패자부활의 금융'도 강조했다.
문 후보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와 감독을 개선하겠다”며 “금융규제는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문 후보의 금융정책에 대한 보조 설명에 나서 "신한은행의 이자유예 프로그램이나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 리스백 제도에 대해 신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무엇인가 콘텐츠가 약하고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질책해 은행장들을 가시방석에 앉히기도 했다.
이날 참여인사로 나온 제윤경 공동선거대책위원장, 학자금 대출 피해자 한지애 씨,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 공동대표, 채권추심 피해자 안경원 씨 등의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한지애 씨는 "6번의 학자금 대출로 2600만원의 빚을 떠안아 은행을 생각하면 미래를 생각하는 곳이 아니라 절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학자금 대출의 허실을 꼬집었고, 조붕구 대표는 중소기업 대표로서 키코사태로 맞으며 공 들여 키워 온 기업이 법정관리를 받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안경원 씨도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대형슈퍼들로 인해 사업이 부실화되며 하우스 푸어의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는데 포괄근저당 연대보증에 발목이 잡혀 채권추심을 당하게 된 사연을 전하며 금융약자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날 간담회가 은행들에 대한 성토장 분위기로 바뀌자 참여한 시중은행장들은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서민들의 금융이용 기회 확대 등을 위해 서민금융 활성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급격한 대출확대는 새희망홀씨 대출 연체율의 상승으로 은행의 수익성과 기존 고객들의 대출금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서민금융의 확대조치는 9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영세자영업자의 수를 최근 다시 증가하게 만들어 영세자영업자 전반의 영업여건의 악화를 초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승우 우리은행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 협력업체인 점을 이해해 달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은행이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냐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은행이 시행한 하우스 푸어 대책 트러스트 앤 리스백은 시행한지 얼마 안되었고 현재 여러가지 상담이 진행중이다"며 "앞으로 각 은행에서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나오는 만큼 시작단계이지만 좋은 정책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